어떤 신문의 같은 지면에 ‘김○○ 의원 사전영장 청구키로’ ‘위○○ 전 행장 영장’이라는 인신관련 구속기사가 나란히 실렸었다. ‘사전영장’과 ‘영장’이 따로 있는지도 궁금하나, 여하튼 법관에 의한 구속영장 발부가 있기 전에 우리 언론은 검찰 수사단계에서 ‘구속’ ‘영장’ ‘사법처리’ 또는 ‘구속검토·방침’이라고 대못을 박는다. 그리하여 대검 중수부 또는 서울지검 특수부가 당연스레 그 기사의 주체가 된다.
인신구속기사를 보면, 검사·판사의 차이점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늘 의문이다. 검찰 출입기자들은 법원의 영장기각률이나 무죄선고율이 낮기에 “검찰소환이 구속이요, 구속이 유죄처벌이요 사법처리”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같은 사법시험에 같은 사법연수원이니 검사도 판사처럼 같은 사법기관이라고 소박하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11월쯤 문화일보 ‘포럼’난에서 판사출신의 변호사와 현직 검사간에 판·검사 직분을 두고 아주 유의미했던, 그러나 이내 묻혀버린 논쟁이 있었다. “법원 판결은 검찰 위에 있다”면서 그 변호사는 “법관과 검사의 임용자격 및 방식부터 차별화하고, 나란히 있는 청사건물도 분리시켜야 한다”고까지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모든 것을 아래로 내려보는 법원의 우월적인 차별화론”이라며 “법원과 검찰은 협력·견제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되받았다. ‘법원의 우월적 차별화론’보다는 ‘법원의 최종적 지위론’쪽이 우리 헌법에 부합하는 해석일 것이다.
검사는 한국 헌법과 법률 아래서 결코 ‘사법기관’이 아니다. 형사소송법 교과서가 말하듯 한국의 검찰권은 본디 행정권에 속한다. 다만 그 객관의무에 따른 공익적 신분, 즉 ‘법과 정의의 실현은 법원과 검찰의 공동목표’라는 특수성을 배려하여 ‘준사법기관’ 지위를 부여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사’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법관’을 준별하지 않고 검찰단계에서 미리 구속검토, 구속, 영장, 사법처리 등으로 못질하는 언론관행은 지극히 잘못되었다. 심지어는 남보다 빨리 그렇게 당겨 키웠는데 나중에 보니 맞혔더라는 이유로 특종상을 받기도 한다.
달라져야 한다. 취재시스템과 데스크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영장청구와 영장발부·집행을 나누어 보아야 한다. 경찰·검찰·법원 등을 단계적으로 거쳐가는, 형사절차의 동태적 발전과정을 총체적으로 조망해야 한다. 당해사건이 주는 사회적 파장 속에 법적 원칙이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검찰기사’보다는 ‘법원판결’에 그 비중을 두어야 옳은 것 아닐까?
지금의 관행처럼 앞질러서 속·예단하는 구속기사는 법관더러 세론의 향배에 눈치보게 하고 나중에 무혐의처분이나 무죄선고 받는 사람에게 ‘칼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주고 만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을 강조하는 것이야 백번 옳다. 그러나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적정성과는 별개의 차원이다. 무죄추정의 대원칙, 불구속수사·재판의 원칙, 영장실질심사제도 등은 기자들의 헌법적 안목이 뒷받침될 때 그 실질이 충실해질 수 있다. 기자들이여 차분하게 구별하라. 좀 더디면 어떤가, 원칙이 지켜진다면.
덧붙이자면, 우리의 영장주의는 ‘사전에 영장이 청구되어야 함’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니 비록 그 신병이 미확보된 상태에서 청구되는 영장일지언정 굳이 ‘사전영장’이라고 중복부언할 필요는 없겠다.
〈박형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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