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든 외부에서 납득키 어려운 고질적인 관행이 있게 마련일 터다. 한국의 논설위원들이 혹 그 경우에 해당할지 모르겠다. 논설위원들은 스스로를 차별할 수 있는 사설란에 만족하지 않고 칼럼·시평·포럼·시론·여론 등 의견란 이곳저곳에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논설위원이나 수석논설위원, 논설위원실장, 논설주간, 논설고문 등의 직함으로 글을 쓴다. 이런 직책구별도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지만 여하튼 논설위원의 글은 의견란에 적지 않은 지면을 차지한다.
우선 논설위원 대부분이 왜 정치칼럼에 시종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거의 매일 “대통령은 민심·천심을 알아야!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저 더럽고 질 낮은 한국정치를 보라!”고 통분해한다. 마치 곡비가 보여주는 천편일률적 비애감으로 느껴지기조차 한다.
그들이 의·약분업, 호주제 폐지, 학교 평준화, 학교급식제도, 토지공개념, 아동학대, 외국인 노동자, 법인세 제도, 부안사태, 새만금 분쟁, 연금제도, 이라크 파병, 정치개혁 등 사회적 의제에 그 찬반 및 차선책을 의미있고 차분하게 제시했던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우국충정과 서민에 대한 걱정을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헷갈린다. 불안하다. 일관성 없다. 구멍이 뚫렸다. 너무 서두른다. 경기가 바닥이다. 비전이 안보인다. 대통령은 어디갔나! 정부는 무엇하나!”는 식의 단선적인 비판도 적지 않게 접한다. 선정·선동적일 때도 많다. 대통령의 ‘정책’보다는 말투와 안색, 걸음걸이 등 ‘인신’ 쪽에 치우치기도 한다. 개별적 현안 앞에서 때론 그 사회적 책임을 함께 나누고자 하면서,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고 제도적 대안을 시사하거나 제시하는 모습이란 참으로 드물다.
비록 원론적 차원의 비판일지언정 거기서 강조되는 원칙과 상식을 늘 경청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매번 대통령 얼굴만 바라보면서 바깥 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는 귀한 신문지면에 비아냥 수준의 정치타령을 수사적 기교로 되풀이하고 있는 논설위원이 있다면 우리 독자들도 달리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 아닐까.
‘여러 신문사가 병립하는 외적 다원성’과 더불어 ‘신문지면 자체가 고루 배분되는 내적 다원성’이 구현되어야 한다. 그렇게 열린 개방적 공간이 공개적 의견경쟁에 기초한 진리생존설을 뒷받침할 수 있다. 각론적 쟁점에 자유롭게 접근·토론할 수 있도록 여러 전문필진(pundit)에게 그 지면을 내주는 편이 훨씬 합당할 것이다. 우리도 이제 선진언론의 내·외부 전문칼럼니스트 제도를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 동서양 고사라도 부러 끌어와 당장 호되게, 더 거칠게 대통령을 질책할 때라야 그 직업적 소명이 완수되는 양 일부 논설위원들은 크게 오신하는 것 같다. 중앙일보 11월21자 ‘대통령을 소수로 몰지 말라’는 권영빈 칼럼에서 “언론의 막가파식 비판 탈피할 때… 압력단체들도 책임 공유해야”라고 자성한 부분에 모처럼 크게 공감했다.
논설위원들이 만약 특정 가치관과 신념을 공유한다면 굳이 여러 지면을 차지하기보다는 독자들이 더 많은 관점을 접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게 옳다고 본다.
차제에 위원, 고문, 실장, 국장, 부장, 차장 등등의 온갖 위계적 호칭도 기명기사 바이라인에서만큼은 떼어버리길 당부드린다. 직책·직함의 높낮이가 저널리스트의 분별력과 기사의 질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판·검사들도 서열제도를 폐지하고서 단일호봉제로 간다는데, 하물며 기자들에게야 ‘저널리스트’라는 직분과 이름이 오로지 소중한 것 아닌가.
〈박형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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