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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타임스 기자 webmaster@jhtimes.net
며칠 전 한 방송사 작가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저녁 방송 프로그램에 나를 소개하고 싶다는 것이다. 광주문화방송과 목포, 여수문화방송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다큐세상 '우리'라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방송국에서 일을 하는 방송작가들은 대부분 소재를 인터넷 검색으로 찾는다고 한다. 특히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가 가장 인기있는 것 같다. 내가 그동안 사는이야기에 소개한 사람들이 대부분 방송국 전화에 무척 시달렸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방송에 소개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장흥은 언젠부터인가 목포문화방송에서 취재를 주로 했으며 목포에서 관할권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에게 취재 요청을 한 작가는 여수문화방송이라고 하였다. 그간 <오마이뉴스>와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 나의 글을 읽었다며 취재를 하고 싶다고 한다. 이제 댐도 완공되어 가고 금년 10월이면 물이 찬다고 하는데 지금도 수몰지역을 기록하고 있느냐고 물으면서 상당히 긴 시간을 돈도 안 될 것 같은데 떠나지 못하고 있느냐며 내게 살아온 이야기를 물어왔다. 그 작가는 <오마이뉴스>에 올린 내 글을 읽어서 내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대부분 알고 있었다. 지금껏 지역방송에 댐 문제로 자주 출연했지만 정작 내 이야기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나는 단지 수몰 주민의 삶을 이야기했고 언제나 그 중간자 위치에서 기록하고 댐 건설에 밀려나는 주민들을 안내해 주는 역할만을 했다. 그러나 댐이 완성되어 가면서 내 역할은 방송의 유용한 소재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수몰 주민이 남아 있는 수몰 지역은 방송이나 언론에서 관심을 갖지만 사람들이 떠난 수몰지역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금년 10월 담수가 될 즈음에는 방송을 비롯한 각종 언론에서 수몰 이야기를 한꺼번에 쏟아낼 것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그 생명의 근원을 위해 우리는 그 어느 동물보다 먼저 물을 독차지하기 위해 댐을 막았다. 그리고 숱한 눈물을 뿌렸다. 나는 댐을 건설하는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여 오면서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보았고 내 삶의 일부분을 아니 전부를 수몰지역에 바쳤다. 내 개인의 삶은 구겨질대로 구겨졌고 초라해질대로 초라하게 변하고 있었다. 남들은 모두 돈을 위해 살아가고 돈을 위해 싸웠지만 난 쓰러져가는 초목과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그저 묵묵히 기록하고 있다. 여수문화방송이 나를 찾은 이유도 기록자의 숨겨진 이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나는 늘 나의 진정한 삶의 모습을 감추고 싶었다. 단지 기록자로 남고자 했다. 하지만 그것이 내 가정과 나를 늘 슬프게 했다. 방송에서 보고자 하는 것과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의 관계설정에서 난 스스로 모든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러나 단 17분 방송안에서 나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없다고 하여 결국 일부만을 촬영했다. 오랫동안 카메라를 다루며 자신이 직접 프로그램 제작도 했다는 성준환 VJ가 6mm카메라 한 대를 들고 나타났다. 여수문화방송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한다는 그는 직접 연출까지하면서 이틀 동안 나를 따라 다녔다. 많은 방송 제작팀과 일을 했지만 6mm카메라 한 대만을 들고 나타난 방송팀은 처음이었다. 이제 방송도 그만큼 변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다. VJ를 대동하고 옛 집을 찾았다. 빚을 갚기 위해 셋집을 내놓고 그 돈으로 빚을 갚고 형님이 마련해준 어머님 혼자 살고 계신 아파트로 이사 온 지 1년이 다 되간다. 그러나 서울에서 가져온 짐이 넘쳐 결국 내가 어린시절을 보내고 지금은 비워있는 시골 옛집에 책과 장흥에 관련된 필름과 아이들 짐까지 마루며 안방에 가득 쌓아놓았다. 방송에서 내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이 알려진다면 사람들은 내가 사진으로 많은 수익을 얻었다고 할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하다. 방송이란 늘 많은 설명을 하지 않는다. 난 방송이 나가고 나면 늘 욕을 먹는다. 내 고향이 유치가 되고 내가 비교적 생활이 여유가 있어 사진을 촬영하고 있으며 오직 방송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방송에 얼굴 내밀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래서 아내는 방송이 오면 나를 무척이나 당황스럽게 한다. 이번에도 아내는 촬영을 거부했지만 VJ의 끝없는 설득으로 인터뷰를 한 것 같다. 그러나 난 아내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알지 못한다. 내가 있으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할 것 같아 나는 자리를 피해주었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 촬영한 내용들은 3월 8일 저녁 7시 20분 광주문화방송과 목포, 여수 문화방송이 공동으로 제작한 다큐 세상 ‘우리’라는 오정해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소개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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