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길 고향이건만 그 웃음…한숨～ 은 어쩔거나
내년이면 탐진댐 건설로 물에 잠길 전남 장흥군 유치면이 인터넷에서 ‘재건’되고 있다. 재건 단장은 마동욱(45·장흥읍 건산리)씨, 건설재료는 사진이다.
마씨는 88년부터 지금까지 유치를 영상으로 기록해왔다. 10만 사진, 200시간 동영상, 보도자료, 댐건설 관련 자료 등이 쌓였고, 이를 이용해 인터넷에 유치를 재건하고 있는 것.
6월부터 시작해 10월 기본 골격이 완성되었다. 당장 3000여 장이 오른 ‘유치마을’(http://www.uchimaul.com)은 마을·사람·탐진강·문화재·동식물 등 11개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많은 공이 들어간 메뉴는 ‘유치의 마을’. 메뉴 아래에는 19개 마을이 들어앉아 있고, 마을은 전경·사람·집·골목·들로 나뉘고 마지막에 자유게시판 ‘만남의 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장단 집단사표, 궐기대회, 면민의 날 등에 관한 90여 사진이 올라와 있는 ‘유치의 사람들’도 돋보인다. 이곳에는 댐건설을 전후한 유치사람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씨는 “어느 시기에 완성되는 사이트가 아니라 유치 사람들의 삶과 함께 진행중이다”고 말했다. 댐공사가 본격 시작되기 전 반대투쟁에서부터 공사진행, 철거, 이사까지가 지금 ‘유치마을’에 올라 있는 사진들. 공사 마무리, 담수, 타향에서 사는 유치사람들의 모습까지, ‘유치마을’은 어제의 유치에 이어 앞으로의 유치까지 담아낼 계획이다. 이렇듯 한 순간을 담은 고정된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 ‘유치마을’의 가장 큰 의미라 하겠다.
10만사진 200시간 동영상 사람·집·골목 눈에 아련
댐‘이후’의 삶 계속 천착할 것“모든 댐 건설계획 사라질때까지”
“댐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창고 역할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실향문제를 비롯해 댐이 만들어 낸 문제는 공사가 마무리된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유치마을’은 단순히 사진을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고 댐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주는 자료실 역할이 목표입니다.”
댐이 완공되어 물이 차게 되면 ‘무엇을 찍을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답은 간단하다. 당초에 마씨의 주제는 댐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변화를 겪게 되는 사람들, 그리고 그이들이 일구어 가는 마을이었다. 서울 사는 단산댁, 광주 사는 오복양반, 멀리 가지도 못하고 고개 너머 영암에 터를 잡은 늑룡아제를 좇아 다니며 댐 ‘이후’의 삶을 기록하겠다는 것이 마씨의 생각이다.
유치 구석구석을 다닌 지 10년만인 98년에 마동욱씨는 사진집 <아! 물에 잠길 내 고향>을 내 놓았다. 그로부터 5년이 다 된 지금 마씨는 다시 인터넷 사이트 ‘유치마을’을 세상사람들에게 선보인다. 사이트의 부제는 ‘아! 물에 잠긴 내고향’. ‘잠길’에서 ‘잠긴’으로. 5년 사이에 고향은 과거가 되어버린 것이다.
댐 수몰 실향이, 말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그 때가 가장 아픈 시기인데도 생각 있는 사람들마저도 대부분 ‘반대투쟁’에서 댐 문제를 끝내버린다고 마씨는 지적한다. 그래서 마씨는 “모든 댐 건설 계획이 중단되어 다시는 실향민이 생기지 않을 때까지 인터넷 속 유치 재건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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