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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개관/ 안근태
장흥을 말한다
반도 지형에 위치하고 있는 장흥은 예로부터 문림의향(文林義鄕)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산과 바다와 강과 평야가 알맞게 조화를 이루어 산이 수려하고 인심이 좋은 고장이다. 자연 환경을 살펴보면 장흥군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인 천혜의 청정해역 득량만이 있고 산으로는 호남의 5대 명산인 도립공원 천관산, 강으로는 은어가 뛰노는 1급수 탐진강,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천연계곡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러한 것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곳은 아마 우리 나라 내에서 몇 안되며 그 경치는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아름답다. 이와 같은 자연 환경들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찾으며 관광지로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사찰로는 동양 3 보림의 하나인 보림사가 있고 보림사 3층 석탑을 비롯한 56점의 지정문화재 등이 있다. 장흥을 문림의향(文林義鄕)의 고장으로 일컫는데 이 말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학문을 배우는 참다운 의를 가진 고장이라는 것이다. 문림의향의 고장답게 이 곳은 학문의 고장이었으며 나라가 어려울 땐 애국지사들이 많이 나타난 곳이다.
장흥의 자랑인 천관산은 전남 장흥군 관산읍과 대덕읍의 경계에 있는 해발고도 723m 의 산으로 산정상에는 애기바위, 사자바위, 부처바위 등 이름 난 바위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데 그 모양이 천자의 면류관을 닮았다 하여 천관산(天冠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산의 정상에서 바라보면 남해의 다도해가 한눈에 보이고, 영암의 월출산과 장흥의 제암산 및 억불산, 해남의 대둔산, 광주의 무등산 등이 보이고 날씨가 맑으면 제주도의 한라산도 보인다. 산 중턱에는 신라 애장왕 때 영통화상이 세운 천관사의 일부가 남아 있다. 장흥의 역사를 알아보면 삼국시대 원래 백제 오차현이 삼국통일 이후 신라 경덕왕때 오아(烏兒)로 개칭하여 보성군의 령현이 되었고 고려초에 정안으로 고쳐 영암에 소속되었다가 인종 때 장흥으로 개칭 부로 승격되었다. 그 이후 정주 관산으로 불리고 원종 6년(1265년) 회주목으로 승격되었다가 충선왕 2년(1310)에 다시 장흥부로 강등된다.
조선 태조(太祖) 원년(1392) 수령현의 중령산에 성을 쌓고 치소로 하였고 13년(1413)에 도호부에서 그 이듬해 수령현으로 도호부를 이설했으며 세조 3년(1457)에 진을 두고 2현으로 강진, 해남을 관할했다. 선조 32년(1599)에 병영을 강진에서 장흥으로 이설하였다가 선조 37년(1604)에 강진 구영으로 옮겼으며 현종 9년(1699)전영을 병설하고 숙종 9년(1683)에는 진을 순천에 이설, 고종 32년(1895)에 장흥군이라 했다.
근대이후 1924년에 천포, 회령, 웅치 등 3개면이 보성군에 편입 11개의 행정구역으로 개편되었다. 1936년 11월 1일에는 면 통·폐합으로 인해 부동면을 장흥면으로, 남하·남상 양면을 폐합하여 용사면으로, 남하면의 하발, 고마, 죽청과 고읍면을 폐합하여 관산면으로 개칭 9 개면이 되었다. 그 이후 계속 구역이 개편되다가 1986년 7월 15일 관산읍 옥당, 용산면 인암, 풍길리, 안양면 해창 3구, 장동면 북교1구, 장평면 용강2구, 봉림리, 우산리, 청용리, 회진면 진목 2구가 분할 3읍 7개면 293 개리의 행정구역으로 개편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장흥을 빛낸 인물들은 모두가 의기를 드높이고 지킨 인물들이란 공통점이 있는데, 성리학의 대가 김공현, 가사문학의 대가 백광홍, 고려 인종 왕비 공예태후 임씨, 생육신과 뜻을 같이 한 김필, 임진왜란의 명신 정경달, 조선시대의 대문장가 백광훈, 장흥의 별 김용관, 칠백의사 김응생, 장흥을 지킨 김응원, 항일투사 김재계 등이 있다.
장흥엔 많은 국보와 보물들이 있는데 국보로는 보림사 삼층석탑 및 석등 (제 44호), 보림사 철조비로사나불좌상(제117호) 등이 있고, 보물로는 보림사 동부도(제155호)와 서부도(제156호), 보림사 보조선사 창성탑(제157호), 보림사 보조선사 창성비(제158호), 목조사천왕상(제1254호), 월인석보권제25권(제745-9호), 금강반야바라밀경권제1호(제1251호),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권제9~10(제1252호), 지방기념물 수인산성(제59호), 용호정원림(제68호), 부춘정원림(제67호), 지석묘군(제134호) 등이 있다. 지방유형문화재 제 107호인 장흥향교, 지방문화재자료 제 73호 월산재도 있다. 기타 방촌문화마을과 동학탑, 항일투사 김재계 선생 송덕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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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한국문화유산답사회, <답사여행의 길잡이(전남)>, 돌베개, 1995.
<한국의 발견(전라남도)>, 뿌리깊은 나무, 1983.
<(장흥)통계연보 제13회>, 전라남도 장흥군, 1983.
보 림 사
최나영
전라남도 장흥의 보림사는 이 지역의 향토민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리 나라의 선불교(禪佛敎)를 연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한 가람으로 천년의 역사가 서려 있는 고찰이다. 보조선사 체징(普照禪師 體澄, 804∼880)이 헌안왕(憲安王) 4년(860)에 이곳으로 옮겨온 이래 보림사는 초조 도의선사와 2조 염거화상에 이어 보조선사를 제 3조로 삼는 가지산문의 중심 도량이 되었고 수행자가 구름처럼 모여들어 큰절이 되었다. 보림사 가지산문의 선맥은 고려말까지 이어져서 《삼국유사(三國遺事)》를 지은 일연 스님도 가지산문에 속했다. 지금은 대한 불교 조계종 제 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로 되어 있다.
이곳에 처음으로 절을 지은 것은 보조선사보다 100년 전쯤 사람인 원표대덕(元表大德)이었다. 그때의 절 이름은 가지산사였는데, 보조선사가 입적한 후 헌강왕(憲康王)이 보림사라는 이름을 내려주었다. 보림사라는 절 이름은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에도 있는데 모두 함께 삼보림이라 일컫는다. 이와 관련하여 『보림사사적기』의 창건기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원표대덕이 인도에 있을 때 '가지산 보림사'를 창건하였는데 돌아오면서 중국에 오니 인도에서와 같은 지형의 산을 보고 절을 세워 역시 '가지산 보림사'라 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느날 신이한 기운이 삼한의 아득히 먼 곳으로부터 비쳐 오니 스님은 그 기운만을 바라보고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오묘한 곳을 찾아내 주석을 하시니 그 산세가 여전히 안도와 같고 중국과 같아 여기 북쪽 계곡에 한 절을 만들어 '가지산 보림사'라 하였다. 원표는 그 후 조사(祖師)가 되고 국사(國師)가 되어 법력으로 많은 정사를 베풀었다. 그래서 759년(경덕왕 18년)에 경덕왕은 특별히 교지를 내려 천칸의 불궁을 시설하고 장생표주(長生標柱)를 세워 그 구역을 확정해 주었다.
통일 신라 때 화순 쌍봉사, 곡성 태안사와 더불어 손꼽히는 큰절이었고, 그후 여러 차례 중창과 중수를 거치며 어느 절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웅장한 규모를 지녔던 보림사가 지금처럼 한산해진 것은 한국전쟁 이후부터이다. 1950년 가을, 전남 지역이 공산군 유격대가 가지산에 집결하여 보림사에서 한겨울을 났다. 다음해 봄에 이곳으로 밀고 들어온 군경토벌대는 '공비들의 본거지' 라고 불을 질러 버렸다고 한다. 보림사에서 그 난리를 면한 것은 일주문과 천왕문뿐, 나머지 20여 동은 모두 불타 버렸다. 천년 대가람이 재로 변하고 한동안 보림사는 폐사될 지경에 처하기도 했다. 그 후 조금씩 복구되어 지금은 일주문과 사천왕문, 1968년에 다시 지어진 대적광전 그리고 근래에 복구된 대웅전, 종루, 요사채 등이 있다.
(1) 가람 배치
보림사의 가람 배치는 아주 독특한데, 다소 과장된 느낌을 주는 일주문과 천왕문, 대적광전이 일직선으로 기본 틀을 이루고 있으며 대적광전 앞뜰에는 평지 가람의 특징을 나타내는 2탑 1석등이 자리하고 있는 2탑 1금당식이다. 또 대적광전의 오른쪽으로는 대웅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대웅전의 뒤쪽으로는 보조국사 창성탑이 있고, 그 옆에는 여래입상이 조각되어 있다.
① 일주문(一柱門)
일주문은 보림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으로 포작이 여러 겹 중첩되어 화려하고장중한 느낌을 준다. 일주문의 정면에는 '가지산 보림사' 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그 안쪽에 걸린 '선종대가람'이라 적힌 현판은 보림사의 역사적 위상을 한마디로 대변해 준다. 이 현판 구석에는 옹정(雍正)4년, 즉 영조 2년(1726)이라는 연대가 적혀 있다. 일주문 또한 그 무렵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건물은 정면 1칸, 측면 2칸의 가구 구조로 지붕은 홑처마 팔작 지붕이며 천장은 연등천장이다.
② 천왕문(天王門)
천왕문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집이며, 전라남도 유형 문화재 제85호로 지정되어 있다. 중종 34년(1539)에 처음 조성된 뒤로 현종 9년(1668)과 정조 1년(1777)에 중수되었는데 좌우 칸에 대단히 큰 사천왕상 4구와 금강역사상 2구가 모셔져 있고, 가운데 칸은 출입문으로 쓰인다.
사천왕상은 중종 34년(1539)에 처음으로 조성되었고 정조 4년(1780)에 중수된 것으로, 우리 나라 목각 사천왕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사천왕상은 보통 마귀를 발로 짓밟고 있는 형상으로 조성되지만, 여기서는 눈이 동그란 마귀가 동방지국천왕의 발을 들어 받들고 있다. 눈도 그려 넣은 것이 아니고 갈색 유리로 만들어 붙인 사천왕상의 눈동자가 특이하다.
이 사천왕상은 팔이 떨어지기도 하는 등 훼손이 심했는데, 근래에 옛 모습대로 복원되었다. 한편 보림사 사천왕상의 몸 안에서 세조 때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낸 불서들이 많이 나왔다는 풍문이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았는데 1995년에 무릎과 발 등에서 고려말과 조선 초의 국보급 희귀본을 포함해서 고서들이 발견되었다.
③ 대웅전(大雄殿)
일주문에서 사천왕문을 지나 대적광전으로 이어지는 남북 중심축과 직각을 이룬 동쪽에는 대웅전이 있다. 보림사의 주공간을 대적광전 앞마당이라 할 때 대웅전은 후대의 필요에 따라 증축되었을 것이라 한다.
한국전쟁 때 불타 버린 원래의 대웅전은 조선 초기에 지어진 2층 법당으로 국보 제204호로 지정되어 있었다. 지금의 대웅전은 옛 주춧돌 위에 예전의 모습을 복원한 것인데, 정면 5칸 측면 4칸의 팔작 지붕 집이며 겉보기에는 2층이지만 내부는 모두 틔어 있고 중앙에는 석가여래상과 그 좌우에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모시고 있다.
④ 대적광전(大寂光殿)
대적광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오지기와를 얹은 겹처마 팔작 지붕이다. 대적광전 앞마당의 쌍탑과 석등, 대적광전 안에 앉아 계신 철조비로자나불상이 모두 신라 때의 것으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1968년에 새로 지어진 대적광전은 안에 모셔진 철조비로자나불의 규모에 비해 너무 작아 보이기도 하지만 지붕의 용마루 모양이 흥미를 끈다.
지붕 꼭대기에 구름무늬 장식이 한 줄 지나간 위에 용의 몸통 모양을 형용한 기와가 얹혀 있고 양끝에는 용머리가 달렸는데 한 가운데는 탑의 복발과 보주를 모방한 듯한 장식물이 있다.
(2) 삼층 석탑과 석등
대적광전 앞에 석탑 두기가 동서로 마주 서있고 그 사이에 석등이 한 기, 그리고 석탑 앞에는 배례석이 하나씩 놓여 있다. 이 두 탑과 석등은 상륜부를 포함한 부재를 거의 다 갖추고 있는데, 현존하는 통일신라시대 석탑이나 석등 가운데 이처럼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매우 드물다. 석탑과 석등이 모두 국보 제 44호로 지정되어 있다.
두 탑 가운데 동탑의 높이는 5.9m, 서탑은 5.4m이며 구조는 똑같다. 여러 개의 장대석으로 짜인 지대석 위에 상하 두 단의 기단이 놓이고 그 위에 3층 옥신이 있으며 상륜부에는 노반, 복발, 앙화, 보륜, 보개가 다 갖춰져 있고 다만 수연과 찰주 및 용차와 보주가 빠져 있을 뿐이다. 석탑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층 기단 면석에는 두개의 우주와 두개의 탱주가 새겨져 있지만, 상층 기단 면석에는 탱주가 한 개로 줄어들어 있으며 옥개석 모서리의 반전도 심해졌다.
그러나 옥개석 받침은 여전히 신라 석탑의 전형인 5단을 유지하고 있다. 탑신과 옥개석은 각각 한 개의 돌로 이루어졌고, 탑신의 우주를 살펴보면 2층과 3층의 우주는 1층의 우주보다 훨씬 간략하게 처리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보아 보림사 삼층석탑은 상층 기단이 큰데 비해 하층 기단이 좁고 각층 탑신의 폭에 비해 우주의 폭이 가늘며 옥개석의 두께는 얇은데 모서리는 많이 들려 있어서 섬약한 인상을 준다.
이 탑은 탑 속에서 발견된 탑지에 의하여 확실한 건립 연대를 알 수가 있어서 다른 석탑의 건립 연대를 추정하는 데 하나의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석등 또한 석탑과 같은 시기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완전하게 보존된 신라의 전형적인 양식의 석등이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장식이 많이 된 예이다. 높이는 3.12m이며 전체적으로 몸매가 단정하고 아담한 인상을 준다. 네모난 지대석 위에 3단의 팔각 굄을 둔 후에 하대석, 간주석, 상대석, 화사석 그리고 지붕돌과 상륜부가 얹혀 있다.
(3) 철조비로자나불 좌상
대적광전안의 철조비로자나불 좌상은 국보 제 117호이며 선문종찰 보림사의 주불이다. 보조선사가 주석하던 당시부터 있던 불상이며 높이가 2.74m나 되는데 한국전쟁 때 이전의 대적광전은 불타 없어졌으나 불상은 무사했다.
좌대와 광배는 없어지고 불신만 남아 있지만 신라 하대에 많이 조성된 철조 불상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히고, 왼쪽 어깨 부분의 명문을 통해 조성 년대를 확실히 알 수 있어서 9세기이래 지방의 성종 사찰에서 조성된 비로자나불상들의 계보를 확인하는데 기준이 된다. 육계가 비교적 큼직하며 얼굴은 달걀형으로 비만한데, 편편한 콧잔등, 가늘고 긴 눈, 사다리꼴의 두드러진 인중, 작은 입 등은 상당히 추상화된 경향을 나타낸다. 당당한 자세와 가슴의 표현, 팽창된 체구 등 건장한 불신을 표현하면서도 한편 지권인(智拳印)을 결한 상체가 약간 움츠러들어 위축된 듯한 느낌을 준다.
즉, 당당하게 보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긴장감과 탄력성이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다소 해이된 형태와 선의 특징은 도식적이고 기하학적인 특징의 묘사와 더불어 9세기 후반 불상 양식의 선구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4) 보조선사 창성탑, 창성탑비
가지산문을 개창한 보조선사 체징의 부도이다. 보조선사가 입적한 후 옆에 있는 부도비와 함께 헌강왕 10년(884)에 세워졌다. 높이 4.1m의 팔각원당형 부도이며 보물 제 157호로 지정되어 있다.
팔각 지대석 윗면에 아주 얕은 각형 굄을 한단 새긴 후 그 위에 상, 중, 하대석과 몸돌, 지붕돌과 상륜부가 차례로 세워졌다. 하대석은 두 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원래는 모두 팔각이었겠지만 지금은 파손이 심한 상태이다. 누군가가 돌의 결을 따라 정질을 해서 조각상을 따내 간 흔적이 보이나 남은 부분을 보면 아랫단에는 각 면에 안상이, 윗단에는 사자상이 조각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대석 위에는 중대석을 받치기 위한 굄을 따로 해 넣었다. 형태는 둥글며 측면에 구름무늬가 새겨져 있다. 중대석은 팔각이며 약간 배가 부른 형태이다. 상대석은 맨 아랫면에 2단 받침을 두른 후 앙련을 새겼고 그 위에 따로 몸돌 괴임대가 있다. 몸돌에는 팔각의 각 면마다 우주가 조각되어 있고 8면의 앞뒤에는 섬세한 문양의 문이 그 좌우에는 매우 정교한 사천왕상이 조각되어 있다.
보조선사 창성탑비는 보조선사가 입적한 지 4년 후인 헌강왕 10년(884)에 세워진 부도비이다. 전체 높이는 3.46m이고 돌거북과 비신, 이수(비석머리)가 다 온전히 남아 있는데 9세기말 석비 양식의 전형을 보이는 뛰어난 유물로 보물 158호로 지정되어 있다. 비신을 받친 돌거북은 마치 용의 머리처럼 표현되어 있으며 비신에는 보조선사의 행장이 적혀 있는데 한 비문을 두 사람이 써서 희귀한 경우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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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한국문화유산답사회, <답사여행의 길잡이(전남)>, 돌베개, 1995.
한국문원편집실, <문화유산-명찰>, 한국문원, 1996.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웅진출판사, 1991.
순천대학교 박물관, <가지산 보림사>, 순천대학교 박물관, 1995.
동아출판사 백과사전부, <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 동아출판사, 1991.
# 알아봅시다Ⅱ
구산 선문(九山禪文)
강화정
1. 선종의 유입과 구산선문
불교가 전래된 이후에 그것은 왕실이나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신라 하대로 들어오면서 불교계에 선사상(禪思想)이라는 새로운 경향이 유행하였다. 이것은 종래의 경전의 이해를 통하여 깨달음을 추구하는 이론적인 불교였던 교종의 전통과 권위에 대항하는 것으로 '불립문자(不立文字) 견성성불(見性成佛)'을 표방하면서 구체적인 실천수행을 통하여 깨달음을 이루려고 하였다.
중국에서 성립된 선종은 도의가 당으로부터 귀국한 9세기 초 헌덕왕 이전에 전래된 적이 있으나 수용되지 못했고, 또 도의가 귀국했을 때에도 기존 화엄종의 반발로 지방에 은거할 정도로 어려운 처지였다. 그러나 이후 수많은 유학승들이 당으로부터 속속 귀국하여 선풍을 진작함으로써 점차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들은 각 지방에 선종의 거점으로 많은 선문(禪門)을 건립하였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9산선문이었다.
2. 구산선문의 주도계층
선종9산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문들의 특징은 종래의 귀족적 불교와는 달리 지방의 호족들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9산선문의 개조를 비롯한 선승들은 호족출신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비록 그 조상이 중앙귀족인 경우에도 그들 당대에 와서는 이미 지방에 낙향하여 지방호족화한 인물이었다. 또한 이들 선승들을 후원한 세력도 지방호족이었을 뿐만 아니라 선문의 근거지로 모두 그들을 후원하는 세력의 근거지와 가까운 지방에 자리를 잡았다. 이는 경주를 중심으로 발전한 교종과 대조되는 점이다.
3. 구산선문의 역사적 의미
9산선문의 등장이 역사적으로 가지는 의미는 중세 불교의 기점을 이러한 선사상에 초점을 맞추어 설정한 것과 관련이 있다. 교학불교 특히 화엄사상을 고대사회의 이데올로기라는 견해를 취해 전개하여 선사상을 중세불교의 지표로 인식하는 것이 우리학계의 통설이라 할 수 있다. 신라 중대는 화엄사상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라는 방향으로 논지를 전개하고, 더 나아가 신라 중대에서 하대로 접어들면서 왕실 불교ㆍ귀족불교로서의 화엄사상이 사회적으로 일반서민과 더욱 벌어지는 혼란기에 들어오면서 그 사회적 기반을 잃어버리게 됨에 따라 선사상은 사상적으로는 교학불교에 도전하고 사회적으로는 절대왕권을 부인하는 성격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는 방향으로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성격을 지니는 선사상은 신라 육두품 뒤에는 지방호족을 그 사회적으로 하여 정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시대구분론에 있어 나말여초기를 중세사회의 기점으로 보는 것의 사상사적인 바탕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사상적인 측면에서 선사상이 교학불교에 비해 실천성이 강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질적인 면에서 양자 모두 같은 범주에 속한다는 점에서 교선이 결코 대립적인 사유구조를 지닌 것이 아니라는 견해가 제시되었다. 즉 보수적인 교학불교의 경향에 의해 피지배층과 지배층간에 벌어진 사상적ㆍ신앙적 공백을 메워준 역할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선사상과 기존 교학불교의 관계를 너무 대립적으로 이해하려는 견해에 대해 반대한 것이다. 또 나말여초기를 중세사회 내부 사회변혁기로 파악하고 이러한 변혁의 가장 기본이 되는 사회계층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막연히 육두품과 지방호족이 아닌 일반민과 이들과 이해관계를 함께 하면서 성장한 촌주집단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9산선문을 비롯한 선사상의 도입은 당시 사회변혁기로써 인식함에 있어 사상사 나아가 한국사 전체 시대구분론과도 연결된 중요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4. 구산선문의 종류
① 가지산문(迦智山門)
도의의 법손인 체징(804-880)이 보림사를 창건하고 도의의 종풍을 떨쳐 가지산파를 이루었다. 도의의 속성은 왕씨이며, 북한부 사람으로 그 법호는 처음 명적(明寂)이었으나 나중에 원적(元寂)이라고 하였다. 신라 37대 선덕왕 5년(784)에 당으로 건너가 마조도일(馬祖道一)의 제자 서당 지장(西堂智藏)에게서 법을 얻고 도의라 호를 고쳤다. 헌덕왕 13년(821)에 귀국하여 선법을 일으키려 하였으나 당시 신라에서는 선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설(魔說)이라 비방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도의는 설악산 진전사(陳田寺)에 칩거하여 그 법을 제자 렴거(廉居)에게 전하고 렴거는 다시 그 법을 체징에게 전하였다. 체징은 당으로 건너가 떠돌아다니며 고승을 찾았으나, 그의 조사(祖師)인 도의가 물려 준 것 이외의 법(法) 더 구할 것이 없음을 깨닫고 문성왕2년(840)에 귀국했다. 처음 그는 무주의 황학사(黃壑寺)에 머무르다 헌안왕3년(859) 가지산(迦智山) 보림사(寶林寺)에 이주하였다. 이때부터 김언경 등의 후원을 받으면서 사원세력은 커지고, 가지산사로 사액을 받은 가지산문을 형성하게 되었다. 그의 사상으로는 성(性)과 상(相)이 다르지 않음과 마음이 족하면 뜻이 일어남(心足意興) 등이 설해졌다. 제자로는 형미(逈微), 영혜 등이 있다.
② 실상산문(實相山門)
전북 남원의 실상사가 실상산문의 근저가 되었다. 홍척(洪陟)이 흥덕왕 원년(826)에 귀국하여 실상사에서 선법을 일으켜 실상산파를 이룬다. 홍척은 일찍이 입당하여 도의와 마찬가지로 서당 지장(西堂 智藏)의 문하에서 법을 얻어 돌아왔다. 돌아온 홍척은 지리산 실상사에 있으면서 선법을 일으켜 많은 제자와 신도들이 귀의했고, 그 중에서도 흥덕왕과 태자 선강(宣康)도 그의 제자가 되었다. 지증대사 비문에 의하면 "정(靜)하였을 대는 산이 세워지고 움직일 때는 골짜기에 응한다. 무위의 이익됨은 다투지 않고 이긴다"라고 하였듯이 홍척의 선풍은 무위하여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기운찬 것이다. 이 점은 그가 남종선을 받아 왔다하더라도 북종선의 영향을 짙게 받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의 제자에 편운과 수철이 있는데 수철도 역시 단의장옹주의 도움을 받았다. 이는 9산선문중 실상상문이 가장 왕실과 밀착되었던 듯한 인상을 준다.
③ 동리산문(桐裡山門)
혜철(惠哲784-861)이 귀국한 후 문성왕 원년(839)에 태안사에 선지를 펴 동리산파를 이루었다. 혜철의 제자로는 도선(道詵)이 있다. 그는 풍수지리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그의 행적은 신비에 쌓여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④ 봉림산문(鳳林山門)
현욱(玄昱787-868)의 제자 진경 심휘(854-895)가 경남 창원에 봉림사를 세워 봉림산파를 이루었다. 현욱의 속성은 김씨이며, 일찍이 출가하여 헌덕왕 때 당나라로 가서 마조(馬祖)의 문인 장경(章敬) 회휘(懷暉)에게 배워 법을 얻었다. 현욱은 희강왕 2년(837)에 귀국하여 처음에는 지리산 실상사에 안거하다가 혜목산 고달사(高達寺)로 옮겨 그의 법을 펼쳤다. 그래서 현욱을 혜목산화상(慧目山和尙)이라도 한다. 현욱이 크게 선풍을 떨치다 경문왕 8년(808)에 82세의 나이로 입적하자 그의 제자인 진경 심희(眞鏡 審希, 854-923)가 봉림사(鳳林寺)를 세워 봉림산의 선맥을 이루었다.
⑤ 사자산문(獅子山門)
도윤(道允800-868)의 제자 징효절충(831-895)이 헌강왕 때 강원도 영월에 서자산사를 세워 사자산파를 이루었다. 도윤은 헌덕왕 17년(825)에 입당하여 남천 보원(南泉 普願)에게서 법을 얻고 돌아와 동악에 머물다가 다시 쌍봉사(雙峯寺)로 자리를 옮겨 종풍을 크게 떨치게 되었고, 그래서 도윤을 쌍봉화상(雙峯和尙)이라고도 한다. 문경왕 8년(868)에 71세로 세상을 입적하셨고, 익호를 철감(哲鑑)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제자 징효 석중(澄曉 析中, 831-895)이 흥령사(興寧寺)를 세우고 수백 명의 제자와 더불어 사자산파를 이루게 되었다.
⑥ 성주산문(聖住山門)
무염(無染, 800-888)의 속성은 김씨이며 태종 무열왕의 8대손으로 일찍이 출가하여 처음 설악산 오색석사(五色石寺)에서 법성(法性)에게 득도하였고, 부석사(浮石寺)의 석징에게서 화엄경을 배웠다. 821년 당나라로 가서 마조도일의 제자인 마곡보철에게 법을 얻었다. 그곳에 있는 동안 사람들은 그를 동방대보살이라 존경하였으며, 귀국 후 성주사에서 법을 펴다가 경문왕과 헌강왕의 국사가 되었으며 무설토라는 독특한 선법의 법문으로 2천명의 문하를 이루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제자 가운데는 심광, 현휘, 대통, 여엄 등이 있다.
⑦ 사굴산파
사굴산문은 문성왕 때 범일(810-889)선사가 강릉의 하구정면에 굴산사에서 개창한 선문이다. 범일은 태어날 때부터 육계가 정수리에 있었다고 한다. 15세에 출가하여 831년 당나라로 가서 염관제안의 법을 전수 받고 847년에 귀국하여 굴산사에서 법을 폈다. 이곳에 살면서 40여 년 동안 한번도 산문 밖을 나가지 않았다고 하며, 역대 국왕의 존경과 신임을 받았다.
범일은 특히 특이한 진귀조사설을 남겼는데 그것에 의하면 교는 석가모니 부처님에게서 나왔으나, 선법(禪法)은 진귀조사로부터 부처님이 받아서 전하였다는 것이다 그의 제자로는 개청(835-930), 행적(832-916) 등이 유명하고 고려 때까지 번성하여 구산선문 중에서 가장 위세를 떨쳤다고 한다.
⑧ 수미산문(須彌山門)
이엄(利嚴, 870-936)의 속성은 김씨이며, 12세 때 가야갑사(迦耶岬寺)에서 출가하였다. 그 뒤 진성왕 10년(896)에 입당하여 운거 도응(雲居道膺)의 문하에서 6년을 수행하고 법인을 얻었다. 그 후 널리 선지식(善知識)을 찾아 보고 효공왕(孝恭王) 15년(911)에 귀국하였다. 고려 태조가 그의 법이 높음을 듣고 궁중으로 맞아 들여 법을 받았으며, 태조 15년에는 수미산에 광조사(廣照寺)를 지어 그를 있게 하였다. 이로써 그의 휘하에 모이는 많은 학인을 가르치며 도화(道化)를 떨치다가 태조 19년(936)에 67세의 나이로 입적하였는데 그의 익호를 진철대사(眞澈大師)라고 하였다.
그의 문하에 처광, 도인, 정능, 경숭 등 수백 명이 있어 그의 법을 전승하였는데 수미산(須彌山)에서 선의 일파(一派)를 이루었다.
⑨ 희양산문(曦陽山門)
경북 문경의 봉암사, 도헌(道憲)이 봉암사를 창건하고 법손인 경양(競讓, 878-956)이 봉암사를 중건하고 희양산문을 이루었다. 경양(878-956)은 속성이 왕씨이며, 일찍이 출가하여 공주 남용원 여해에게 득도하였다. 효공왕 4년(900)에 중국으로 가 곡산의 도연(道緣)에게서 크게 깨달은 뒤 고려 태조 7년(924)에 돌아왔다. 강진 백엄사에사 법을 펼 때 경문왕이 글을 보내어 그 덕을 칭찬하고 봉종대사(奉宗大師)라는 호를 주었다. 그 뒤 법을 닦기에 좋은 장소를 찾아 희양산 봉암사에 도착하였다. 그는 여기서 많은 제자들과 선의 일파(一派)를 이루었으며, 이 산문을 희양산문이라 한다.
구산문의 완성은 종래 이엄의 수미산문 개산(태조15년, 932)으로 여겨져 왔으나, 도헌을 개산조로 하는 희양산문이 경양대에 이르러 실질적인 산문의 형태를 띠게 된 것으로 보아(태조18,935) 희양산문의 개산을 마지막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수미산문과 희양산문의 성립에 의하여 비로소 구산선파가 형성되었던 당시 나말여초에 많은 선사들이 배출되어 9산으로 이루어진 선문가풍을 이어 나갔다. 이것은 구산선문이 신라말에 다 형성이 된 것이 아니라 고려 초에 걸쳐 형성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구산선이라고 하면 신라의 선문을 말하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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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한국역사연구회 엮음, <한국역사 입문>, 풀빛, 1995.
강만길 외 11명, <한국사[4]-고대사회에서 중세사회로 2>, 한길사, 1994.
추만호, <나말려초 선종사상사 연구>, 이론과 실천, 1992.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웅진출판사, 1991.
인터넷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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