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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으로 일렁이는 남포 앞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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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어떻게 무르익는가. 전남 장흥 땅에 가보면 안다. 아득하다 싶을 정도로 너른 들판, 발목을 덮을 만큼 자란 보리는 바람에 일렁이고 나지막한 돌담 너머에 핀 목련은 또 얼마나 눈부신지…. 그리고 황톳길을 어지럽히며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아지랑이. 지금 장흥은 한창 봄열병을 앓고 있는 중이다.
1996년 영화 <축제>를 촬영할 장소를 찾기 위해 임권택 감독은 한달 동안 남도를 헤매고 다녔다. 그러다가 무릎을 '탁' 하고 친 곳이 장흥 남포마을. 마을 앞 '소등섬'이 신기루처럼 떠 있는 이곳에서 임감독은 영화를 촬영했다. 남포마을 앞 200m쯤에 떠 있는 소등섬은 생긴 모양이 마치 소의 등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 20여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영화 촬영 이후 남포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하나둘 늘어났다. 그러다가 굴구이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꽤 알려진 관광지가 됐다. 하지만 '굴시즌'이 끝나는 4월이 되면서부터 관광객의 발걸음은 뚝 끊긴다. 마을 앞 300m 정도 되는 해변을 굴껍데기가 가득 메우고 있다. 한적한 해변에는 굴껍데기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파도소리뿐이다.
남포마을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소등섬 뒤로 해와 달이 뜰 때. 바다 위로 솟는 붉은 해는 조그만 마을을 집어삼킬 듯 이글거린다. 해가 뜰 무렵, 아낙들은 뻘배를 밀며 햇빛 속으로 들어가고 남자들은 고깃배를 몰고 바다로 나간다. 남포마을 일출은 제법 유명해 일본에서 사진작가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장흥은 예부터 문림의향(文林義鄕)으로 불리는 곳. 소설가 이청준과 송기숙, 한승원, 이승우 등 수많은 문인을 배출했다. 이들은 장흥의 하늘과 들판, 기름진 개펄을 소재로 작품을 썼다. 천관산 중턱에는 이들을 기념하는 문학공원이 있다.
남포마을에서 회진, 관산을 지나 강진 마량으로 가는 해안도로. 길은 파도가 치듯 아래 위로 출렁인다. 왼쪽으로는 푸른 바다가, 오른쪽으로는 바다보다 짙은 보리밭이 펼쳐진다. 민가 담벼락의 벚나무는 주먹만한 꽃덩이를 매달고 붉게 서 있다.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은 보리밭 사이를 걸어, 혹은 바다를 따라 집으로 간다.
마량 가기 전, 대덕읍 못 미쳐 안삭금이라는 마을이 있다. 밀물 때면 대문 앞까지 바다가 밀려오는 갯마을이다. 해질 무렵, 안삭금에 도착했다면 마을 앞으로 길게 뻗어나간 방파제에 서보자. 한승원이 그의 소설 <불의 딸>에서 묘사한 바다를 볼 수 있다.
"그 바다는 수시로 변하곤 하였다. 은빛으로 번쩍거렸고, 금빛 칠을 해놓은 것 같았고, … 쪽빛 물을 들여놓은 것 같았고, 바닷속에 있는 수만 수억의 고기들이 일시에 떠올라 푸드덕거리는 것 같았다…."
방파제에서 바라본 저녁 바다. 처음에는 보라색으로 물들다가 그 다음은 붉은색, 마침내는 찬란한 금빛으로 변해간다. 고기잡이를 나갔던 배들이 하나둘씩 포구로 돌아온다. 장흥의 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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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으로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로 나와 2번 국도를 타고 계속 달리면 장흥. 호남고속도로 광산IC로 나와 나주를 거쳐 23번 국도를 타도 된다. 남포마을은 장흥 용산면에서 좌회전해 해안길을 따라가면 된다. 회진포구와 안삭금 마을은 남포마을에서 20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19번 지방도로 바꿔 탄 후 강진 방면으로 가면 만난다.
먹을거리와 숙박
장흥경찰서 앞 남흥식당(061-863-8888)의 떡갈비(1만원)와 장흥군청 옆 신녹원관(061-863-8900)의 한정식(2인 기준 2만∼3만원 )이 유명하다. 안삭금 마을 바닷가에 있는 삭금횟집(061-867-5461)의 된장물회도 맛있다. 자연산 깔딱(농어새끼), 돔과 열무김치, 고추 등을 넣고 된장에 버무린 후 물을 붓고 내놓는다. 읍내에 장흥관광호텔(061-864-7777) 가든장(061-863-7007) 그랜드모텔(061-863-0042) 등이 있다. 안삭금 마을에 민박집이 여럿 있지만 여름철에만 운영한다
글·사진/장흥〓최갑수 기자 ssuchoi@h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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