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록의 향내가 온 산을 뒤덮기 전 남해의 훈풍을 받아 화려하게 피어오른 철쭉을 보고 싶을 때 제암산 으로 가는 것이 적격이다. 호남정맥의 마루금이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다 제암산 사자산을 지나면서 바닷 바람을 맞으며 동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장흥 제암산, 또는 보성 제암산 이라고도 하는 이 산은 옛부터 주변의 많은 봉우리 들이 이곳을 향해 절을 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장흥 주변에는 천태산, 수인산,부용산 억불산 등 여러 산들이 있지만, 제암산 만큼 산세가 뚜렷한 산은 없다고 한다.
요염한 모습으로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철쭉은 '정열의 무희' 다. 꽃이 피기 10여일 전부터 부풀어 오르는 꽃봉오리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아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계절의 여왕' 5월이 되면 흐드러지게 핀 철쭉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몰린다. 진홍빛 바다의 한라산, 피빛물결의 지리산 세석평전, 연분홍으로 곱게 물든 소백산 능선은 대표적인 철쭉산행지다.
이들 산행지는 봄철 산불방지기간인 5월말까지 입산금지로 철쭉을 감상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는 지리산 바래봉과 정선 두위봉이 각광받고 있다. 이에 못지않은 곳이 남도 끝자락에 있는 제암산 이다.
제암산은 '천상의 화원' 이다. 남해의 훈풍을 받아 화려하게 피어오른 철쭉이 짙푸른 신록속에 붉은 파도를 일렁이면 제암산의 봄빛도 덩달아 붉게 물든다.
정상에 서면 호남의 5대명산중 하나인 천관산, '호남의 금강' 으로 불리우는 월출산,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과 팔영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암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여러개 있다. 그중 사자산으로 이어지는 종주코스가 제암산의 아름다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종주코스의 산행 들머리는 보성에서 장흥으로 이어지는 국도 2호선상의 감나무재 (장흥군장동면)에서 시작된다.
숲속에 크고 작은 철쭉들이 살짝 미소를 머금는다. 유명 철쭉산행지의 명성에 가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 깨끗하다. 50여분을 오르면 전망대 바위에 닿는다. 무등산과 월출산의 웅장한 자태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1시간정도 더 오르면 이곳 사람들이 '작은산 (6백89m)' 이라고 부르는 곳에 다다른다.
제암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30여분 호젓하게 걷다보면 어느덧 정상이다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정상에서는 장흥읍내와 남해로 빠져나가는 탐진강이 실개천처럼 내려다 보인다.
제암산과 사자산 (6백66m) 사이에 있는 곰재산이 제암산의 유명한 철쭉군락지다. 수만평의 너른 땅이 온통 철쭉으로 뒤덮혀 있어 장관이다.
곰재산에서 사자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상의 간재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서면 임도를 따라 제암산 공원묘지로 하산할 수 있다. 산행시간은 넉넉잡고 4시간 30분이면 족하다.
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사자산~사자봉을 거쳐 화산마을로 하산이 가능하다. 총 산행시간은 6시간30분 정도.제암산~사자산 종주코스는 약 90년대 초반 장흥산악회에서 개발했다.
등산로상에는 표지기가 걸려 있어 초보자들도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제암산에는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이 하산길에만 있기 때문에 산행을 시작하기 전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장흥군이 매년 5월초 개최하는 철쭉제 시기를 맞추면 최고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으며 올해는 제암산철쭉제가 오는 5일 곰재산에서 열렸다.
지방마다 개화시기가 다르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10일정도 앞당겨 졌다. 온산이 철쭉으로 물들일 때쯤인 4월말~6월초까지 각 단체에서 철쭉제를 개최한다. 매년 산신제를 비롯한 민속행사와 철쭉여왕선발등 풍성한 볼거리도 제공된다.
장흥 = 김세준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