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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翊模의 丙辰燕行錄에 관한 연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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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장흥타임스 |
2008-11-11 12:29:24 조회: 26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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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翊模의 丙辰燕行錄에 관한 연구A Study on Ik-mo Lee's Yeonhaengrok노 기 춘(Ki-Chun Roh)*< 목 차 >Ⅰ. 緖 論
Ⅱ. 丙辰燕行錄의 著者 李翊模와
書誌的 特徵
1. 李翊模의 가계와 행적
2. 丙辰燕行錄의 書誌的 特徵
Ⅲ. 丙辰燕行錄의 내용 분석
1. 丙辰 使行의 三使臣
2. 丙辰 使行의 往復 旅程 분석
3. 北京 滯留 日程의 분석
Ⅳ. 결 론초 록
초 록燕行錄은 1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燕京을 使行하고 돌아 온 사행사의 일원에 의해 쓰여진 기록이다. 李翊模가 저술한 丙辰燕行錄은 謝恩兼冬至使 書狀冠인 李翊模가 1796년 11월 24일부터 翌年 3월 7일까지 매일 매일의 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燕行錄이다. 이 燕行錄은 임기중의 燕行錄全集에도 누락된 새로 발견된 燕行錄이며, 全羅南道 長興郡 蓉山面 上金里(金谷)에 위치한 水原 白氏 宗家에서 새로 발견되었다. 특히 丙辰燕行錄은 淸의 乾隆皇帝(高宗)가 顒琰(仁宗)에게 선위 의식을 거행한 후 첫 번째에 해당하는 정규 사절단의 공식 기록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중요한 문헌이다. 이 연구는 李翊模의 燕行錄에 대하여 書誌的 特徵과 燕行錄의 필사시기 및 水原 白氏 宗家에 입수된 과정, 그리고 燕行錄에 수록된 내용을 중심으로 병진 사행의 3사신, 북경까지의 왕복 노정 및 북경에서의 체류 일정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Ⅰ. 緖 論
燕行錄은 1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燕京을 使行하고 돌아 온 使行使의 일원에 의해 쓰여진 기록이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燕行錄은 謝恩兼冬至使 書狀冠인 李翊模가 1796년 11월 24일부터 翌年 3월 7일까지 105일 동안 北京을 왕복하면서 聞見한 바와 北京에 체류하는 동안 行한 공식 활동 등을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를 밝혀가며 매일 매일 생생하게 기록한 문헌이다. 특히 이 燕行錄은 1796년 정월 초하루 淸의 乾隆皇帝(高宗)가 顒琰(仁宗)에게 선위 의식을 거행한 후 첫 번째에 해당하는 정규 사절단의 공식 기록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중요한 문헌이다.
필자가 이 燕行錄을 처음 접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5년 前인 2000년 초, 全羅南道 長興郡 蓉山面 上金里(金谷)에 위치한 水原 白氏 宗家에 대대로 소장되고 있는 전적을 조사하던 중 宗主인 白達淳(1932～2003)씨가 집안의 家寶로 書室에 깊이 간직하고 있던 책을 보여줌으로써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리나라의 燕行錄에 대하여 많은 연구 성과를 이룬 東國大學校 임기중 교수가 30년 가까이 燕行錄 자료들을 수집, 정리하여 2001년 100권의 燕行錄全集을 출판하였는바, 그 동안 국내외에 산만하게 흩어져 있어 그 전모나 실체파악이 제대로 이루지지 않고 있었던 燕行錄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러나 李翊模의 燕行錄은 임기중의 연행록 연구에 수록된 ‘[목록-1] 역대 연행사 일람표’에는 ‘1796년(丙辰) 10월에 正使 金思穆, 副使 柳焵, 書狀官 李翊模 등이 謝恩兼三節年貢使로 使行하였다’라고 丙辰年에 燕京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지만, 同書의 ‘[목록-2] 확인된 한국과 일본 소장본 모든 연행록의 연행 연대순 배열’에는 李邦翼이 지은 장편 기행가사인 ‘李邦翼著, 漂海歌 1796년(正祖20 嘉慶1 丙辰)’으로 기록되어 있을 뿐, 丙辰年(1796) 使行 후 기술한 燕行錄은 누락되어 있고, 同書의 ‘[목록-3] 한국소장 미수집본 연행록의 연행 연대순 배열’에도 누락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첫째, 燕行錄의 저자 李翊模의 행적을 살펴보고, 둘째, 李翊模가 저술한 燕行錄의 서지적 특징과 함께 언제 필사되었으며, 어떻게 수원 백씨 문중에 전승되었는가를 규명해 보고, 셋째, 燕行錄에 수록된 내용을 丙辰 使行의 3사신과 북경까지의 왕복 여정 및 북경에서의 활동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丙辰燕行錄의 著者 李翊模와 書誌的 特徵
1. 李翊模의 가계와 행적
丙辰燕行錄의 저자는 燕行錄의 서두에 “謝 恩兼冬至使書狀官兼司憲府執義臣 李翊模謹啓爲 聞見事件…”와 같이 서장관으로 사행하였던 李翊模의 저술로 확인되었다. 李翊模(1747-1812)는 本貫이 德水, 字는 汝幹이며, 高麗 中葉 中郞將을 지낸 李敦守가 시조이다. 生父 李漪(1715-1756)와 生母 茂松 尹氏 사이에 2男 1女 중 2남으로 태어나 繼子가 없는 叔父 李瀅의 繼子가 되었는 바, 증조부는 肅宗代에 鴻山 縣監을 지낸 李留(1642-1688)이며, 祖父는 同福 縣監을 지낸 李崇鎭(1675-1745)이고, 父는 李瀅(1710-1762), 母는 南陽 洪氏로 縣監을 지낸 洪遇箕의 딸이다.(표 1 참고)
그의 遺稿集이 없어 자세한 행적을 알 수 없지만, 司馬榜目과 文科榜目에 수록된 그의 행적을 보면, 正祖 1년(1777) 式年 生員試에 2등으로 합격하였고, 門蔭으로 관직에 올라 奉事로 있으면서 正祖 14年(1790) 庚戌增廣試에 丙科로 급제하였다.
한편, 朝鮮王朝實錄에 수록된 李翊模의 주요 入仕 과정을 정리해 보면, 1790년 과거에 급제한 후, 1794년 3월 14일 從六品인 弘文館의 副修撰으로 처음 중앙 관계에 등장하며, 1796년 1월 29일 冬至使 書狀官으로 임명되어 그해 11월부터 다음 해인 1797년 2월 말까지 북경을 다녀왔다. 冬至使 書狀官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후 1797년 10월 26일 조선시대 대표적인 淸華職의 하나인 正四品 弘文館 應敎로 승진하였고, 1798년 8월 29일 백관의 비위 사실에 대한 탄핵 감찰권과 일반 범죄에 대한 검찰권 및 人事와 법률 개편의 동의 및 거부권 행사라고 할 수 있는 署經權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從三品 司憲府 執義에 제수되었다. 이어 1799년 正三品 禮曹參議와 吏曹參議, 1800년 2월 5일 正三品 堂上官 承旨에 임명되
<표 1> 德水 李氏 家系圖
었고, 正祖 死後 純祖 元年인 1800년 12월 2일에는 同知實錄事로 임명되어 正祖實錄 편찬을 담당하였다. 순조 1년(1801) 4월 23일 六曹 가운데 文選ㆍ勳封ㆍ考課 등에 관한 일을 관장하던 관서인 從二品 吏曹參判이 되었고, 이듬해인 순조 2년(1802) 2월 25일 正三品 弘文館 副提學으로 있다가, 동년 9월 25일 吏曹參判으로 다시 복귀하였다. 순조 3년(1803) 3월 3일 咸鏡道 觀察使로 파견되어 순조 5년(1805) 1월 11일까지 咸鏡 監司를 역임하였으며, 동년 1월 27일에는 漢城府의 최고 책임자인 正二品 漢城府 判尹, 같은 해 연이어 議政府 右參贊, 禮曹判書, 工曹判書, 吏曹判書를 각각 역임하였다. 그러다가 순조 6년(1806) 1월 28일 從二品 司憲府 大司憲으로 임명되자 전왕인 正祖의 뜻에 위배되는 말을 하여 賜死된 右議政 金達淳과 친밀하였다는 이유로 양사의 탄핵을 받아 파직되고, 同年 4월 20일 全羅道 光陽縣에 유배되었다. 光陽縣에서의 3년여 유배 기간이 지난 후, 李翊模의 赦免이 비로소 언급되는데, 순조 9년(1809) 9월 22일 유배지에서 李翊模 등을 풀어 주라고 명하였으나 承旨들이 사면을 거둘 것을 奏請하였고, 9월 26일 純祖가 禁府에 李翊模 등을 풀어 주라고 다시 하명하였으나 臺啓가 바야흐로 한창이어서 거행할 수 없다고 아뢰어 실패하였다. 결국 순조 10년(1810) 2월 28일 司憲府와 司諫院 두 곳에서 連名으로 李翊模 등의 일을 停啓하도록 임금에게 올려 李翊模는 4년이 조금 못되는 3년 10개월 동안의 유배 생활에서 풀려나게 되었으나, 다음 해인 순조 11년(1811) 1월 14일 享年 65세로 졸하였고, 순조 12년(1812) 7월 21일 禮曹에서 李翊模의 卒逝를 아뢰어 判書의 직첩이 환급되었다.
2. 丙辰燕行錄의 서지적 특징
李翊模의 丙辰燕行錄은 1796년 정월 초하루 淸의 乾隆皇帝[高宗(1711～1799), 재위 기간(1735～1796)]가 15번째 황자인 顒琰(仁宗)에게 선위 의식을 거행한 후 첫 번째에 해당하는 정규 사절단의 공식 기록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중요한 문헌이다. 이 책은 折帖裝 형태로 접었을 때의 외형의 크기는 가로 10.3㎝, 세로 40.8㎝, 두께 3.8㎝, 표지 포함 모두 104葉인 병풍식 필첩으로, 펼치면 전체 길이가 대략 10.7m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의 筆寫本 燕行錄이다. 종이는 한지를 여러 겹으로 붙쳐 두텁게 만든 壯紙이며, 한 장의 한지를 6면 또는 8면으로 접어 1.5㎝ 가량 덧대어 계속 이어 붙쳤다. 접어 붙인 흔적은 뒷면에서만 보이고, 앞면에서는 붙인 흔적을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되었으며, 아직도 접음새와 이음새가 아주 탄탄하다.
前面에는 丙辰 使行의 3사신 가운데 한명인 書狀官 李翊模가 1796년 11월 24일 義州를 출발하여 다음 해인 1797년 3월 7일 다시 義州에 돌아오기까지 매일 매일의 旅程이 楷書體로 명정하게 기록되어 있고(<그림 2> 참고), 後面의 여백에는 行書와 草書, 半草 등의 다양한 서체로 詩가 수록되어 있는데, 가장 뒷면에는 이 서첩의 내력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다음과 같이 묵서되어 있다(그림 1 참고).
<그림 1> 燕行錄 後面
此帖吾家世寶而有二十三餘白矣非拙手可汚
重違 伯氏命書之
屋社後二十九年戊寅春小峰書
이상의 내용을 해석해 보면, “이 서첩은 우리 가문에 대대로 전해 온 보물로 23면의 여백이 있다. 나의 볼품없는 솜씨로 더럽힐 수는 없으나, 큰 형님의 하명을 어기기 어려워 이렇게 적는다. 옥사 후 29년 무인년 봄에 小峰이 쓰다”와 같이 燕行錄 뒷면의 詩는 조선이 망한지 29년이 되던 해인 1938년 봄에 小峰이 필서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림 2> 燕行錄 前面
그러면 ‘小峰’은 누구인가? ‘小峰’은 白達淳의 祖父 白南善(34대, 1883-1961)의 次弟인 白琪善(1887-1957)으로 字는 明益, 號는 小峰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燕行錄 뒷면의 서첩은 수원 백씨 문중에 대대로 전해 내려온 家寶인 燕行錄의 뒷면에 큰 형님인 白南善의 하명에 의해 白琪善이 조선이 망한 후 29년이 되던 해인 1938년(戊寅) 봄에 필사하였음이 밝혀졌다.
그러면 전면에 수록된 燕行錄은 언제 기록하였으며, 수원 백씨 문중에 언제 입수되었을까? 燕行錄에는 언제 필사하였는가를 알 수 있는 기록이 없기 때문에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서장관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와 정조에게 중국의 사정을 보고 드린 1797년 3월 24일 이후에 완성되었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한편, 燕行錄의 서두에는 필사시기를 추정해 볼 수 있는 李翊模의 관직명이 다음과 같이 冠記되어 있다.(그림 2 참고)
“謝 恩兼冬至使書狀官兼司憲府執義臣李翊模謹啓爲聞見事件 …”
위와 같이 謝恩兼冬至使로 北京을 다녀온 李翊模의 관직명에 ‘書狀官兼司憲府執義’로 되어 있다. 중국에 보내던 사행의 일원 가운데 書狀官은 보통 正4品에서 6品 사이의 관원이 임명되어 一品上位로 結銜된다. 그러면 書狀官으로 임명되기 전 李翊模의 官職名과 品階를 살펴보면, 조선왕조실록 정조 18년(1794) 3월 14일 辛丑條에는 從六品인 弘文館 副修撰의 직책을 맡고 있었으며, 冬至使 書狀官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와 정조에게 중국을 사정을 보고한 직후인 정조 21년(1797) 4월 1일 辛未條에는 從六品인 弘文館 副修撰으로 되어 있다. 한편, 同年 10월 26일 甲子條에는 正四品인 弘文館 應敎, 정조 22년(1798) 8월 29일 庚申條에는 從三品인 司憲府 執義, 정조 23년(1799) 1월 24일 癸未條에는 正三品인 禮曹參議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燕行錄의 서두에 수록된 從三品인 ‘司憲府執義’는 서장관의 품계인 정4품～6품의 품계에 맞지 않으며, 따라서 燕行錄의 서두에 수록된 從三品인 ‘司憲府執義’는 燕行錄을 작성할 때의 관직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李翊模는 從六品인 弘文館 副修撰職을 맡고 있을 때 서장관으로 임명되어 一品上位로 結銜되어 正六品 또는 從5品의 品階로 사행의 임무를 수행하였으며, 따라서 丙辰燕行錄의 필사 시기는 司憲府 執義의 관직을 담당하고 있을 때인 1798년 8월 29일부터 禮曹參議로 임명되기 전인 1799년 1월 24일 이전에 필사하였음이 확인되었다.
그러면 李翊模의 丙辰燕行錄이 혼인 관계도 전혀 없는 두 집안 사이에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장흥에 거주하고 있는 수원 백씨 문중에 전승되었을까? 후면의 서첩에 기록된 바와 같이 백씨 문중에 대대로 전해 내려온 가보임을 고려해 볼 때, 丙辰燕行錄이 작성된 이후 어느 시기에 장흥에 있는 수원 백씨 문중에 입수되어 상당히 오랫동안 보관되었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러면 그 시기가 언제쯤일까? 관련 자료가 없기 때문에 자세히 밝힐 수는 없으나, 본 연구자가 ‘長興 梧川精舍의 集書考’에서 이미 밝혔듯이 현재 梧川精舍에 소장하고 장서의 집서는 白文昌(1649-1684) 代에 본격적인 집서가 이루어졌고, 경제적인 안정을 이룬 白鎭恒(1760-1818) 代에 이르러 대부분의 집서가 완성된 점을 고려해 볼 때, 丙辰燕行錄 역시 白鎭恒이 집서하지 안했을까? 그러한 이유로 첫째, 李翊模가 양사의 탄핵을 받아 司憲府 大司憲에서 파직되고, 1806년 4월 20일부터 1810년 2월 28일까지 3년 10개월 동안 전라도 光陽縣에 유배되었는바, 둘째, 장흥과 광양현은 지리적으로 서로 가까우며, 셋째, 장흥에 거주하고 있는 好學者인 白鎭恒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광양현에 유배를 온 大學者 李翊模와 빈번한 교류를 하였을 것이며, 넷째, 불우한 처지에 있는 李翊模에게 好學者이며, 지역의 명사였던 白鎭恒이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이며, 다섯째, 이에 대한 답례로 白鎭恒에게 자기의 친필인 燕行錄을 주어, 이 책이 수원 백씨 문중에 전승되지 안했을까 추정해 본다. 다만 이러한 추정은 본 연구자의 추론에 불과하고 관련 문헌이 발굴될 때까지 차후 과제로 남겨 두고자 한다.
Ⅲ. 丙辰燕行錄의 내용 분석
앞장에서 살펴보았듯이 丙辰燕行錄은 丙辰 使行의 3사신 가운데 한명인 書狀官 李翊模가 사행의 임무를 마친 후 司憲府 執義의 관직을 담당하고 있을 때인 1798년 8월 29일부터 禮曹參議로 임명되기 전인 1799년 1월 24일 이전에 필사하였으며, 이 燕行錄이 수원 백씨 종가에 소장된 것은 광양현에 유배를 온 大學者 李翊模와 학문적인 교류를 통한 好學者 白鎭恒에 의해 수원 백씨 종가에 소장되었음을 추론하였다. 본 장에서는 병진 사행의 3사신과, 義州를 떠나 北京을 거쳐 다시 義州에 돌아오기까지의 왕복 여정과 北京 滯留 日程 등으로 나누어 丙辰燕行錄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1. 丙辰 使行의 三使臣
중국에 보내던 사행의 일원은 크게 正使, 副使, 書狀官을 위시하여 사행의 수종 인원으로 구성된다. 正使는 사행의 우두머리로 정2품 벼슬을 하는 자로 내정하되 임시로 종1품으로 칭하였고, 副使는 외교관계로 파견된 正使를 보좌한 사신으로, 정3품 堂上官員 중에서 선임하여 종2품을 주어 보냈다. 書狀官은 정4품에서 6품 사이의 관원이 임명되어 一品上位로 結銜되었는데, 서장관은 사행 중 매일 매일의 사건을 기록하고 돌아온 뒤에는 왕에게 견문한 바를 보고할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 1796년 謝恩兼冬至使로 임명된 三使臣은 누구일까? 丙辰燕行錄에는 단지 正使와 副使의 官名만 표기되어 있을 뿐, 正使와 副使가 누구인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고, 다만 “謝 恩兼冬至使書狀官兼司憲府執義臣李翊模謹啓爲聞見事件 …”와 같이 書狀官 李翊模만 밝히고 있다. 한편, 朝鮮王朝實錄 정조20년(1796) 1월 29일 條에
“진하사 이병모가 북경에서 새 황제의 등극을 반포한 조칙을 사행에 부쳐 보냈다고 치계한 바, 상이 대신과 당상을 불러 물어서 사은사를 차출하라고 명하여, 심이지를 정사, 박종갑을 부사, 이익모를 서장관으로 삼았다”
라고 하였는바, 그해 11월에 가는 冬至使의 3使臣은 正使 沈頤之, 副使 朴宗甲, 書狀官 李翊模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정조 21년(1797) 2월 17일 戊子條에는
“동지 정사 김사목과 부사 유강이 연경에서 치계하기를, 신 사목은 지난 해 12월 27일에 연경의 교보에 이르러 부사 유강, 서장관 이익모와 모여 사신의 임무를 마쳤습니다 …”
와 같이 冬至 正使는 金思穆, 副使 柳焵, 書狀官 李翊模로 확인되었다.
그러면 1796년 1월 29일 동지사로 처음 차출, 임명되었을 때의 3사신과 1797년 2월 17일 연경에서의 임무 수행을 보고할 때의 3사신 가운데 正使는 沈頤之에서 金思穆으로, 副使는 朴宗甲에서 柳焵으로 왜 교체되었을까? 正使의 교체 이유를 밝히기 위해 丙辰燕行錄과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관련 기록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丙辰燕行錄에 수록된 내용을 보면,
“(11월) 29일 경오. 맑음. 정사가 입책한 날로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이곳에 도착해서 갑자기 극경하여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고통이 어찌나 심한지, 곧 봉장을 책문에 급히 보내고, 또 통관과 영송관으로 하여금 봉성장에게 급보를 전하게 하였다. 봉성으로부터 심양에 이첩하고, 즉시 심양은 예부에 글을 올려 황제께 아뢰니 황제께서 오늘은 설유참에 머물러라 하였다”
“(11월) 30일 신미. 맑음, 오후 바람 붐. 정사에게 계속 마을(설유참)에 머물게 하였다…”
“(12월) 11일, 임오. 아침 바람과 눈이 옴, 오후 맑음. … 석산참에 도착하여 숙박하였다 … 2경쯤 봉성으로부터 차례로 여러 곳을 거쳐서 의주부윤 관문이 도착하니 곧 정사를 바꾸라는 소식이다. 곧 관문에 답하여 통문을 봉성장에게 보내 의주에 전달케하였다”
“(12월) 27일 무술, 맑음. 저녁 무렵 정사가 비로소 도착하니 이경 쯤 곧 출발하였다”고 하였다.
한편, 조선왕조실록 정조 20년 12월 3일 甲戌條에는
“동지정사 심이지가 연경으로 가다가 설유참에 이르러 죽었다. … 정사를 다시 뽑아 보내야 하겠는가? 하니, 좌의정 채제공이 아뢰기를 … 지금은 책문에 들어간 뒤 하룻길 밖에 되지 않는 곳에서 죽었으니, 우리나라가 모르는 체하고 부사와 서장관만 들여보내는 것은 미안한 듯합니다. … 우의정 윤시동이 아뢰기를, 즉시 정사를 뽑아 속히 길을 떠나게 한다면 따라잡지 못할 우려는 없을 것 같습니다하였다 …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正使와 副使, 書狀官 및 일행이 柵門에 도착한 날(11월 26일)로부터 正使 沈頤之가 감기 기운이 있었고, 설유참에 도착한 날(11월 29일)로부터 正使의 병환이 더욱 깊어짐에 따라 正使는 사행의 여정을 중단한 채 일행과 떨어져 설유참에 머무르게 되었다. 설유참에 머무르고 있던 正使 沈頤之가 12월 3일 병사함에 따라 12월 11일 본국으로부터 正使를 교체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마침내 새로 부임한 正使 金思穆이 12월 27일 비로소 본대에 합류하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正使의 교체 이유는 사행 중에 沈頤之의 病死로 인하여 金思穆으로 교체되었음이 확인되었다.
한편, 副使의 교체에 관해서는 丙辰燕行錄에 어떠한 기록도 없는 바, 副使 朴宗甲은 사행 이전에 이미 교체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정조 20년(1796) 1월 29일 使行 副使로 결정되었으나, 11월 24일 출발하기 이전 교체되어 柳焵이 처음부터 副使의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는 정조 20년 3월 25일 辛未에 朴宗甲을 從三品인 司諫院 大司諫으로 삼았다가 동년 4월 11일 丙戌에 평안도 관찰사 李亨元을 체직시키고, 朴宗甲으로 대신하였는바, 평안도 관찰사는 從二品의 품계이기 때문에 副使를 선정할 때의 품계 원칙에 맞지 않아 從三品인 司諫院 大司諫으로 있던 柳焵을 사행 副使로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796년 파견된 謝恩兼冬至使의 三使臣 가운데 正使는 사행 중에 설유참에서 沈頤之의 병사로 인하여 金思穆으로 교체되었고, 副使는 처음 朴宗甲으로 선정되었으나 朴宗甲이 平安道 觀察使의 중책을 맡음에 따라 사행 이전 柳焵으로 교체되었다. 그러므로 1796년 丙辰 燕行의 三使臣은 正使 金思穆, 副使 柳焵, 書狀官 李翊模로 확인되었다.
2. 丙辰 使行의 往復 旅程 분석
丙辰燕行錄의 83면과 84면에는 義州에서 柵門까지는 120里, 柵門에서 瀋陽은 450里, 瀋陽에서 山海關은 788里, 山海關에서 北京은 678里, 총 2036里이며, 사행에 소요된 기간은 義州에서 北京 35日, 北京에서의 체류 기간 32日, 다시 北京에서 義州까지 38日 등 총 105일 소요되었다와 같이 丙辰 使行의 旅程이 종합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丙辰燕行錄의 往復 旅程 분석에서는 매일 매일의 왕복 여정을 기록하는 방식과 수록 내용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北京을 왕복하면서 머물렀던 숙박 지역을 중심으로 일정을 밝혀 보고, 마지막으로 왕복 거리와 숙박 지역을 상호 비교하여 그 차이점을 밝혀 보고자 한다.
가. 往復 旅程 記錄 方式과 收錄 內容
丙辰燕行錄의 왕복 여정의 기록 방식과 수록 내용을 보면, 義州에서 北京까지의 왕복 여정을 기록하는 방식의 상세도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實例로 북경 방향의 永垂寺에서 狼子山까지의 1796년 12월 5일 하루 일정과 다시 狼子山에서 永垂寺까지의 回程하는 1797년 2월 20일 하루 일정을 기록하는 방식을 상호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狼子山￫永垂寺]
初四日乙亥晴早朝發行踰馬蹄嶺渡三流河一名湯河行十餘里又踰石門嶺過此則無嶺隘而地勢稍稍寬平矣至冷井朝飯過高麗叢阿彌庄峽山已盡遼野忽開杳無際涯遙望白塔挺然直出於烟雲之外眞壯觀也有新舊遼東二城相距可十里盖舊遼東遼金之東京而 皇明時城守者也雉堞崑峩橫宣十餘里新遼東淸所築比舊遼東僅四之一而今則頹圮不修城內居民不過若干戶而已自阿彌庄行五里有所謂木廠者卽材木興販之處也在太子河下流合抱棟梁之材堆積如邱陵者至三四里之遠聞自長白山以西至我 國沿邊七邑之界其空虛之地大材巨木取之作筏浮水而下以至于此云由此行九里至太子河一名衍水源出遼外西南會渾河入于遼水史稱燕太子丹避秦匿燕水者卽是也至永垂寺止宿是日行七十里
[永垂寺￫狼子山]
二十一日壬辰雨未明發行冷井朝飯狼子山止宿是日行七十里
이상과 같이 永垂寺에서 狼子山까지의 왕복 여정을 기록하는 방식에 있어서 北京 방향인 狼子山에서 永垂寺까지의 여정은 “狼子山￫馬蹄嶺￫三流河(湯河)￫石門嶺￫冷井￫高麗叢￫阿彌庄￫木廠￫太子河(衍水)￫永垂寺”와 같이 출발지부터 숙박지에 도착할 때까지 경유 지역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유지 역의 주변 경치 및 도로의 상태, 新․舊 遼東城 및 木廠, 太子河 등과 같이 경유 지역에 산재하고 있는 주요 유적지의 규모, 건축 시기, 현재의 상태, 역사적 사실 등등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는 반면, 義州로 다시 回程하는 방향인 永垂寺에서 狼子山까지의 여정을 기록하는 방식은 출발지와 숙박 지역을 간단히 기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이 北京까지의 使行 길은 갔던 길을 그대로 반복해서 돌아오기 때문에 李翊模는 燕行錄을 작성할 때, 내용의 중복을 피하기 위하여 義州에서 北京까지는 日字, 날씨, 출발 시각, 경유 지역(숙박 지역 포함)의 지명과 유래, 주요 유적지의 역사적 사실, 지역의 풍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루에 이동한 거리 등을 자세히 수록하고 있지만, 北京에서 義州까지 여정을 기술하는 방식과 내용은 日字, 날씨, 출발 시각, 숙박 지역, 하루에 이동한 거리 등을 간략히 기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나. 왕복 여정의 일정 분석
그러면 北京을 왕복하면서 머물렀던 숙박 지역을 중심으로 使行의 일정을 밝혀 보고 한다. 燕行錄에 수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義州에서 北京까지의 往復 路程을 숙박 지역과 하루에 이동한 거리를 분석해 본 결과는 다음 <표 2>와 같다.
<표 2>와 같이 義州에서 北京까지는 35일, 北京에서 다시 義州로 돌아오기까지는 38일이 각각 소요되었는바, 3일의 오차가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를 밝혀 보기 위해 먼저 義州에서 北京에 도착하기까지의 일정을 분석해 보면, 1796년 11월 26일 葱秀站을 출발하여 28里를 이동한 후 淸나라의 행정력이 미치는 柵門에 도착하여 28일 이른 아침 출발하기까지 柵門에서 이틀을 머무르게 되는데, 그 이유는 使行의 화물(卜物)이 湾府로부터 도착하지 않아 柵內에서 11월 27일 하루를 더 머물게 된 것이다. 그리고 11월 28일 이른 아침 柵門을 출발하여 80리를 이동한 후 薛劉站에 도착하여 11월 30일 薛劉站을 출발하기까지 또 이틀을 머물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미 앞장에서도 언급하였듯이 柵門에 入柵한 날(11월 26일) 發病한 正使 沈頤之의 병이 薛劉站에 도착하여 더욱 더 위중하였기 때문에 11월 29일 하루를 더 머무르게 된 것이다. 또한 使行의 目的地인 北京을 68리 밖에 남겨놓지 않은 燕郊堡에서 3일을 머무르게 된 이유 역시 正使의 교체와 관계가 깊은데, 12월 3일 薛劉站에 머무르고 있던 正使 沈頤之가 병사함에 따라 새로 임명된 正使 金思穆이 燕郊堡에 아직 도착하지 않아 12월 26일 燕郊堡에 하루를 더 머물게 되었고, 12월 27일 저녁 무렵 正使 金思穆이 燕郊堡에 도착함에 따라 27일 이경 쯤 함께 북경으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한편, 北京에서 義州의 回程 일정을 보면, 1797년 1월 29일 北京을 출발하여 2월 26일 柵門에 도착할 때까지 하루도 쉬지 않는 빡빡한 여정이 이루어지다가, 柵門에 도착한 다음 날인 2월 27일부터 3월 5일까지 8일 동안 柵門의 內外에서 머물게 된다. 그 이유는 正使, 副使, 書狀官을 비롯한 일행들은 이미 2월 26일 柵門에 도착하였지만, 뒤따라오는 車卜 13輛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2월 28일까지 柵內에 머물게 된다. 2월 29일 비로소 車卜 13輛이 책문에 도착하자 首譯上通事를 鳳城에 보내 城將에게 柵門을 열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城將의 有故 때문에 또 다시 3월 2일까지 柵內에 머물게 되며, 3월 3일 鳳城의 城將이 도착하자 卜物을 柵外로 옮기고 正使와 副使 및 일행, 인마 등은 먼저 柵門을 출발하고, 書狀官은 柵外로 옮긴 화물을 검찰하기 위하여 3월 5일까지 柵外에서 머물다가 3월 6일 저녁밥을 먹은 후 柵外를 출발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北京으로 가는 일정 가운데 柵門과 薛劉站에서 각각 1일, 燕郊堡에서 2일 등 4일을 빼면 義州￫北京까지는 31일 소요되었고, 義州로 돌아오는 일정 가운데 柵內․外에서 머문 8일을 제하면 北京￫義州까지는 30일이 소요 되었는바, 義州￫北京￫義州까지는 약 2달(60-61일)이 소요되었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숙박 지역 가운데 鴨綠江에서 115리 떨어진 柵門은 朝鮮과 淸의 영향력이 미치는 경계 지역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사행의 모든 일행이 행동을 함께 해야 하는 곳으로 확인되었다.
다. 왕복 거리와 숙박 지역 분석
다음은 義州에서 北京까지의 왕복 거리와 머물렀던 지역을 상호 비교하여 그 차이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義州에서 北京까지의 왕복 노정은 갔던 길을 그대로 다시 되돌아오는 여정이기 때문에 燕行錄에 수록된 거리는 당연히 동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燕行錄에 수록된 하루 이동 거리를 모두 합쳐 보면, 義州에서 北京까지는 총 2021里, 北京에서 다시 義州로 돌아오는 회정 거리는 2075里로 상호 54里의 오차가 있으며, 또한 燕行錄의 83과 84면에 종합적으로 기술한 2036里와 비교해 보아도 각각 북경으로 가는 길은 15里, 의주로 돌아오는 길은 39里의 오차가 발생하였다. 특히 瀋陽부터 山海關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경유 지역 구간별 왕복 거리에서 가장 많은 오차가 발생하였는바,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廣寧站에서 雙陽店까지는 130里이나 雙陽店에서 廣寧站으로 돌아오는 거리는 155里로 25里의 오차가 발생하고, 亮水河에서 八里堡까지는 60里이나 八里堡에서 亮水河로 다시 돌아오는 회정 거리는 88里로 28里의 차이가 있으며, 또한 八里堡에서 楡關까지는 92里이나 楡關에서 八里堡까지의 회정 거리는 100里로 8里의 오차를 보이는 등 李翊模의 燕行錄에 수록된 특정 지역의 구간별 왕복 거리는 오차가 발생하였다.(표 2 참고) 이러한 차이점을 밝히기 위하여 1600년대와 1800년대 북경까지의 路程 거리만 전문적으로 수록하여 유명한 1660년 姜栢年의 燕行路程記와 1866년 柳寅睦의 北行歌에 부록으로 수록된 <路程記>의 거리를 분석해 보면, 姜栢年의 燕行路程記와 柳寅睦의 <路程記> 모두 廣寧站에서 雙陽店까지는 130里, 亮水河에서 八里堡까지는 72里, 八里堡에서 楡關까지는 88里로, 李翊模의 燕行錄에 수록된 使行 거리가 좀 더 많으며, 특히 돌아오는 回程 거리가 좀 더 먼 거리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조선시대 북경까지의 사행길이 이미 고착화된 상황에서 특별하게 李翊模 일행이 13輛이나 되는 車卜을 동반하여 먼 길을 돌아오는 다른 路程을 선택하였다고는 볼 수 없고, 燕行錄을 작성한 李翊模의 기록상의 단순 오류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북경을 왕복하면서 머물렀던 숙박지역을 상호 비교해 보고자 한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조선시대 北京까지의 왕복 노정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燕行錄에 수록된 숙박지역 역시 동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燕行錄에 수록된 숙박지역을 조사해 보면, 크게 다섯 지역에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첫 번째 지역은 義州에서 黃家庄까지로 九連城, 葱秀站, 柵門, 薛劉站에서 각각 1박을 하고 黃家庄에 도착하는 義州→九連城→葱秀站→柵門→薛劉站→黃家庄의 路程이었으나, 돌아올 때는 黃家庄에서 출발하여 柵門, 그리고 葱秀站과 九連城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溫井坪에서 1박을 하고 義州에 도착하는 路程인 黃家庄→柵門→溫井坪→義州의 路程을 선택하였다. 두 번째 지역은 連山關에서 狼子山까지로 북경으로 갈 때는 連山關→狼子山까지 하루 일정이었으나, 돌아올 때는 連山關과 狼子山 사이에 있는 甛水站에서 1박을 하는 狼子山→甛水站→連山關의 일정이다. 세 번째 지역은 雙陽店에서 廣寧站까지로 북경으로 갈 때는 閭陽驛에서 1박을 하는 雙陽店→閭陽驛→廣寧站의 노정이었으나, 돌아올 때는 閭陽驛과 雙陽店의 사이에 위치한 石山站에서 1박을 하는 廣寧站→石山站→雙陽店의 路程을 취하였다. 네 번째 지역은 八里堡에서 楡關까지로 갈 때는 紅花店에서 1박을 하는 八里堡→紅花店→楡關의 노정이었으나, 돌아올 때는 였으나 楡關에서 八里堡까지 하루에 도착하였다. 다섯 번째 지역은 玉田에서 北京까지의 노정으로, 갈 때는 玉田에서 출발하여 邦均店, 燕郊堡에서 숙박하고 北京에 도착하는 玉田￫邦均店￫燕郊堡￫北京의 노정이었으나, 돌아올 때는 燕郊堡와 北京의 사이에 있는 通州와 邦均店과 燕郊堡 사이에 있는 薊州에서 숙박하고 玉田에 도착하는 北京→通州→薊州→玉田이 노정을 취하였다.(표 2 참고)
이상과 같이 李翊模의 燕行錄에는 북경을 왕복하면서 머물렀던 숙박지역이 몇몇 지역에서 서로 다름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조선시대에 북경을 다녀오는 육로의 사행 길은 이미 고착화 되었지만, 북경까지 다녀오는 사행 일정은 하루 이동 거리를 조정하여 전체적인 사행 일정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사행 일원이 머무르는 숙박지역은 다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하루에 어는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며, 어디서 멈추어 숙박할 것인가에 관한 종합적인 판단은 사행의 책임자인 正使의 결정에 따르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3. 北京 滯留 日程의 분석
冬至使 일행이 北京에 체류한 기간은 1796년 12월 28일 北京에 도착하여 禮部에 表咨文을 올린 날로부터 1797년 1월 29일 禮部에서 咨文 37度를 받고 北京을 출발하기까지 총 32일이다. 丙辰燕行錄에 수록된 북경에서의 체류기간 동안 활동 내용은 모두 3使臣 중심의 공식 활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먼저 대표적인 공식 활동을 보면, 12월 29일에는 아침을 먹은 후 3사신 및 정관 27명을 대동하고 외국 사신들을 맞이하고 조공을 관장하는 기관이 鴻臚寺에 나아가 正朝賀儀를 익히었으며, 해질 무렵에는 正副使가 禮部에 나아가 太上皇旨를 받들었다. 30일에는 正副使가 保和殿의 年終宴에 참석하였는데, 書狀官은 관례상 참석하지 않았다. 1797년 1월 1일에는 3사신이 함께 太和殿에서 열리는 朝賀에 참석하였고, 7일 새벽에는 太廟에 행차하는 皇帝를 午門 밖에서 전송하였으며, 8일에는 歲幣方物을 받치었다. 9일 새벽에는 祈穀祭를 지내기 위해 天壇에 행차하는 皇帝를 午門에서 跪送하고 歲幣米를 받치는 등의 일정을 소화하였다. 이들 가운데 丙辰年 使行에서 이룬 성과 가운데 하나는 1796년 12월 29일 禮部에서 받은 太上皇旨로, 太上皇인 乾隆帝(高宗, 1735-1796)는 敎旨에서 “금년 사은 방물에 맞추어 다음 해의 년공을 하고, 지금부터 이후로 무릇 사은에는 방물을 없애고, 진상을 중단하라”고 하였는바, 1796년 丙辰 使行 以後 上皇에게는 年貢만 하게 함으로써 조선이 청조에 진상하는 공물의 양이 줄어드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한편, 사신들은 이와 같이 년초의 공식행사에 참여하는 바쁜 일정을 보냈지만, 1797년 1월 9일 祈穀祭를 지내기 위해 天壇에 행차하는 皇帝를 午門에서 跪送하고 歲幣米를 받친 이후로는 주로 청조에서 주최하는 각종 연회에 참석하는 일정을 소화하였다. 사신들이 참여한 각종 연회를 살펴보면, 1797년 1월 10일 正副使가 紫光閣의 연회에 참석하였는데 書狀官은 관례상 입참하지 않했으며, 14일에는 太上皇과 皇帝가 참여하는 圓明園의 연회에 참석하였고, 15일에는 皇帝가 참여하는 正大光明殿의 放生宴에 참석하였다. 이와 같이 3사신 등은 靑朝에서 주관하는 각종 연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太學과 五龍亭 등을 관람도 하며,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는 館所인 玉河館에서 쉬는 등 오랜 기간의 여정에서 오는 피로를 풀기도 하였는데, 1월 15일 皇帝가 참여하는 正大光明殿의 放生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사신들이 참여하는 공식행사는 거의 끝마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1797년 1월 14일 청 황실의 정원인 圓明園의 연회에서는 인적 교류와 볼거리의 한 분야라 할 수 있는 각국의 演戱를 열어 자연스러운 문화 교류가 이루어지게 하였는바, 圓明園에서 열린 演戱 종류는 回族의 서커스로 추정되는 回酉酉, 서양의 서커스인 西洋鞦韆, 등불놀이(燈戱)인 盒子燈과 骨牌燈, 불꽃놀이(紙砲戱)인 梅花砲戱, 그리고 씨름(角低戱) 등으로, 이를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조선 연행사들이 연행 기간 중에 보았던 연희의 종류인 脚戱, 筋斗戱, 妓樂, 燈戱, 喪樂, 西洋鞦韆, 獸喜, 演戱, 玩具戱, 雜戱, 場戱, 紙砲戱, 倡優戱, 風樂, 幻戱, 回子庭戱, 戱子習儀 등과 비교해 본 결과, 回族의 서커스로 추정되는 回酉酉는 다른 燕行錄에서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연희로 확인되었다.
Ⅳ. 결 론
지금까지 全羅南道 長興郡 蓉山面 上金里(金谷)에 위치한 水原 白氏 宗家에서 새로 발견된 李翊模의 丙辰燕行錄은 1796년 정월 초하루 淸의 高宗이 仁宗에게 선위 의식을 거행한 후 첫 번째에 해당하는 정규 사절단의 공식 기록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중요한 문헌이다. 본 연구에서는 丙辰燕行錄의 서지적 특징과 燕行錄의 필사 시기 및 전승 과정, 그리고 燕行錄에 수록된 내용을 중심으로 병진 사행의 3사신, 북경까지의 왕복 노정 및 북경에서의 체류 일정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이 책은 折帖裝 형태로 절첩하였을 때의 외형의 크기는 가로 10.3㎝, 세로 40.8㎝, 두께 3.8㎝, 표지 포함 모두 104葉인 병풍식 필첩으로, 펼치면 전체 길이가 대략 10.7m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의 筆寫本 燕行錄이다.
2) 燕行錄의 필사 시기는 司憲府 執義의 관직을 담당하고 있을 때인 1798년 8월 29일부터 禮曹參議로 임명되기 전인 1799년 1월 24일 이전에 필사되었음이 확인되었다.
3) 燕行錄의 뒷면에 쓰여진 書帖은 큰 형님인 白南善(1883-1961)의 하명에 의해 次弟 白琪善(字 明益, 號 小峰. 1887-1957)이 조선이 망한 후 29년이 되던 해인 1938년(戊寅) 봄에 필사하였음이 밝혀졌다.
4) 李翊模의 燕行錄이 장흥에 있는 수원 백씨 집안에 입수된 과정은 양사의 탄핵을 받아 司憲府 大司憲에서 파직되고, 1806년 4월 20일부터 1810년 2월 28일까지 3년 10개월 동안 전라도 光陽縣에 유배를 온 大學者 李翊模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장흥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명사이면서 현 종가에 소장하고 있는 장서의 대부분을 集書한 好學者인 白鎭恒(1760-1818)이 서로 학문적인 교류를 가지면서 이때 燕行錄이 백씨 종가에 입수된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은 관련 문헌이 발굴될 때까지 차후 과제로 남겨 두고자 한다.
5) 1796년 파견된 사은겸동지사의 三使臣은 正使 沈頤之, 副使 朴宗甲, 書狀官 李翊模로 처음 선정되었으나, 이들 가운데 正使는 사행 중에 설유참에서 沈頤之의 病死로 인하여 金思穆으로 교체되었고, 副使는 관찰사의 중책을 맡음에 따라 사행 이전 柳焵으로 교체되었다. 따라서 1796년 병진 연행의 三使臣은 正使 金思穆, 副使 柳焵, 書狀官 李翊模로 밝혀졌다.
6) 李翊模가 燕行錄을 기록하는 방식은 義州에서 北京까지는 日字, 날씨, 출발 시각, 경유 지역(숙박지역 포함)의 지명과 유래, 주요 유적지의 역사적 사실, 지역의 풍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루에 이동한 거리 등을 자세히 수록하고 있지만, 北京에서 義州까지는 日字, 날씨, 출발 시각, 숙박지역, 마지막으로 하루에 이동한 거리 등을 간략히 기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7) 北京을 왕복하면서 머물렀던 숙박지역과 거리는 <표 2>와 같고, 숙박지역 가운데 鴨綠江에서 115리 떨어진 柵門은 朝鮮과 淸의 영향력이 미치는 경계 지역으로 사행의 모든 일행이 행동을 함께 해야 출발 지역으로 확인되었다.
8) 조선시대 북경까지의 왕복 길이 이미 고착화된 상황에서 왕복 거리에 차이가 있는 것은 燕行錄을 작성한 李翊模의 기록상의 단순 오류로 보이며, 북경을 왕복하면서 머물렀던 숙박지역이 몇몇 지역에서 서로 다른 것은 하루 이동 거리를 조정하여 전체적인 사행 일정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하루에 어는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며, 어디서 멈추어 숙박할 것인가에 관한 종합적인 판단은 사행의 책임자인 正使의 결정에 따르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9) 병진 사행에 있어서 조선이 얻은 큰 성과 가운데 하나는 丙辰 使行 以後 上皇에게는 年貢만 함으로써 조선이 청조에 진상하는 공물의 양이 줄어드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10) 圓明園에서 열린 演戱 가운데 回族의 서커스로 추정되는 回酉酉는 다른 燕行錄에서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연희로 확인되었다.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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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王朝實錄 CD롬. 동방미디어주식회사. |
2008-11-11 12: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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