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향토사 발전에 헌신. 95세 일기로 타계
강수의(姜守義)
입력시간 : 2011. 08.09. 00:00
청재(靑齋) 강수의(姜守義)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크게 이름을 떨친 분이 아니니 당연하다. 하지만 향토사학계에서는 누구나 알아주는 거목이다. 청재는 현역 최고령 향토 사학자이며 장흥문화원장을 제3대에서 6대까지 역임했고 최근까지도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과 장흥문화원 고문으로 활동하였던 '문화 청년'이었다.
1917년 장성에서 태어나 스물한 살에 장흥에 정착한 청재는 일찍이 사진 기술을 익혀 1937년 사진관을 차린다. 사진을 업(業)으로 삼았던 청재는 행사만 있다 하면 카메라를 들고 달려 나갔다. 그가 촬영한 사진 중 1946년 장흥초등학교 교정에서 열린 삼일절 기념식 사진은 현대사 현장으로서 귀중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전쟁으로 불에 타기 이전의 보림사 대웅보전 원형 사진은 1980년대에 절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고증자료가 되기도 했다.
지난 1995년 발간한 '사진으로 보는 장흥 백년사'는 열다섯 살에 사진기술을 익힌 이래 청재가 평생 동안 직접 찍은 사진과 모은 사진 등 570여 장을 중심으로 펴낸 전국 첫 개인 사진 향토지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화원장이 되자 청재는 사진예술에 머물지 않고 장흥의 뿌리 찾기, 향토사 연구, 문화예술 진흥 사업을 크게 선도하였다. 이 같은 업적을 눈여겨본 후학들이 청재의 향토사 관련 글을 모아 향토학 문집인 '향토학 백년 현장에서'를 간행하기도 했다. 2009년에도 후학과 지인들이 중심이 되어 청재의 글과 사진을 집대성하여 향토연구의 규범으로 활용하자는 뜻을 모아 간행위원회를 꾸리고 1년여 준비 끝에 '향토학 문집'을 발간했다.
청재의 어깨에 멘 카메라와 손에 든 장흥 향토사 자료는 그의 분신이었다. 그는 쉴 새 없이 향토사 현장을 찾아 묻고 적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이제 그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지난달 말 95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어간 것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것을 두고 한 지인은 '도서관이나 현대사 박물관이 하나 없어진 것과 같은 손실'이라고 했다. 평생 향토사 연구에 진력해 온 청재에게 꼭 맞는 말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정유철 논설위원 ycjung@jnil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