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1월호 뉴스메이커 2004-01-10

글 윤길주 월간중앙 기자 (ykj@joongang.co.kr)

노관규 민주당 예결위원장

“분당 이후 많은 사람들이 개미들처럼 줄줄이 짐을 싸서 당을 떠났다. 그런데 당에서는 임대료를 못 내 쫓겨날 처지에 있다고 한다. 곳곳에서 수백억원을 해먹었다는 소문이 나도는데 돈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대선자금을 조사해 보기로 했다. 주변에서 대통령이 된 사람의 자금을 어떻게 조사하려는가 하고 만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 예결위원장으로서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노관규 민주당 예결위원장. 그가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민주당의 ‘불법 대선자금 및 노대통령 측근 비리 진상규명 특위’ 간사인 그는 노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파헤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대선자금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노위원장은 지난 10월29일 노캠프에서 128억5,000만원의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그것이 시발이었다. 이후 백지영수증 발견, 당선 축하금 의혹 등을 연속 제기하며 대선자금정국을 주도했다. 재신임정국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끼여 자칫 존재가치를 잃어버릴 뻔했던 민주당으로서는 단비를 만난 셈이다.

노위원장은 진상규명특위를 이끌고 있다. 그는 “노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을 샅샅이 조사하는 드림팀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 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회계 전문가들이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여야 모두 눈과 귀를 모으고 있다.

노위원장은 특수부 검사 출신이다. 어쩌면 노대통령과 인생역정이 비슷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가정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무작정 상경해 구로공단에서 일하다 1979년부터 세무공무원 생활을 했다.

1992년 늦깎이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된 후 세무 장부 분석과 계좌추적에 탁월한 솜씨를 발휘했다. 1997년 심재륜 대검 중수부장 시절 ‘드림 수사팀’에 참여해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의 입을 열게 했다. 2000년 총선에서는 이부영 의원과 맞붙어 패배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개혁의 이정표를 세우기 위해 나를 던지겠다”고 말하면서도 대선자금 조사에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정치적 욕심 때문이라는 일부의 시선과 ‘누워서 침 뱉기 아니냐’는 양비론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그는 “언제든지 정치를 떠날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러나 부정한 것을 부정하다고 말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혈액종양(에반스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지리산으로 떠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그것이 아들을 위하는 길이라면 모든 것을 미련 없이 포기할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그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만 말했다.

출판호수 2004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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