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2004.04.29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꽃구경에 맛기행까지 곁들인다면 금상 첨화아닐까. 전남 장흥의 제암산과 완도의 약산은 모두 소문난 철쭉군락지. 지난 주말부터 새악시볼처럼 고운 연분홍 꽃봉오리 를 비치기 시작, 곧 활짝 만개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지역을 찾는 이유가 단지 꽃구경 때문만은 아니다.
먼저 장흥을 보자. 장흥의 수문항은 술꾼들이 최고의 고급 안주 로 꼽는 키조개 산지. 연일 포구를 키조개 채취어선들이 들고나 고 있으며, 선창가에는 키조개 요리점도 즐비하다. 그러면 약산 은? 약산은 약초먹여 키운 흑염소로 명성을 얻고 있는 곳. 이에 따라 몸보신을 노린 여행객들이 연중 줄을 잇는다.
■제암산 철쭉과 수문항 키조개
5월 초순 장흥을 찾는 사람들의 여행코스는 열이면 열 모두 ‘제 암산에서 철쭉보고, 수문항에서 키조개 맛보고’하는 그런 순서 로 짜여질 것 같다. 설사 별 생각없이 장흥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읍내 도처에 나붙은 ‘제암산 철쭉제와 키조개 큰잔치’ 플래카 드를 안볼 수 없다. 5월 1일부터 5일까지는 수문항에서 장흥키조 개큰잔치, 4·5일 이틀간은 제암산철쭉제가 각각 열린다.
제암산(807m)은 해발 600m대의 능선부 40여만평이 이맘때면 만개 한 철쭉군락으로 산상화원과도 같은 풍광을 만들어 보여준다. 원 래 제암산의 산세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국도 2호선상의 감나무재 (장흥군 장동면)에서 출발, 작은산~시루봉~제암산정상~곰재~곰재 산~사자산~사자두봉으로 이어지는 종주코스를 타야 한다.
그러나 철쭉꽃만 보고자 한다면 장흥읍 인근의 공설묘지옆 신기 마을 주차장에서 곰재로 올라 정상부에서 곰재와 간재 일대에 펼 쳐진 철쭉 군락지를 보고 돌아내려오는 원점회귀산행으로도 충분 하다. 걸리는 시간도 두시간 남짓으로 큰 부담이 없다.
특히 신기마을에서 간재 바로 턱밑까지 임도가 놓여 있어, 노약 자를 동반했을 때는 승용차로 오를 수도 있다. 임도에서 간재까 지는 약 100m 정도 떨어져 있다. 단 축제기간중에는 임도를 통제 하기도 해 사전확인이 필요하다.
안양면의 수문항은 제암산 산행객들이 출출한 속을 달래려고 많 이 찾는곳. 포구의 식당마다 모두 횟감을 판매하지만 이곳의 별 미는 역시 키조개. 키조개는 껍데기모양이 곡식의 쭉정이를 까부 르는 키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 조개를 까보면 두툼한 패주 가 하나씩 있는데 이를 식용으로 쓴다. 주점에서 가이바시라고 내놓는 안주도 바로 이 패주를 말한다.
수문항에는 현재 36척의 키조개 채취허가선이 조업중이다. 매일 아침 6시면 작업을 나가 오후 3, 4시쯤이면 귀항, 수만미(미는 조개를 세는 단위, 일미는 조개 한개를 말한다)에 이르는 키조개 를 포구에 쏟아놓는다. 연 생산량만 700만미.
키조개는 회나 구이, 무침, 전 등으로 먹는다. 회의 경우 한접시 에 3만원. 키조개 5, 6미의 패주가 단면으로 얇게 썰어져 접시에 오른다. 산지가격으로 키조개 구입시에는 어촌계(061-862-1074) 에 문의.
글·사진 이경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