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2-04-04

천관산의기암과 진달래

노령산맥 끝자락이 바다를 향해 달리다 마지막 용틀임을 하며 거대한 조각작품으로 변한 장흥 천관산은 봄이면 부드러운 능선과 기암괴석 사이를 연분홍 물감으로 흩뿌린듯 한 진달래 군락으로 유명하다.

내장산 월출산 능가산 두륜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으로 불리는 천관산 산행의 묘미는 해발 723m의 정상을 오르면서 고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는 다도해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천관산에서 뜨는 해와 달도 성산 일출봉과 영암 월출산에 버금가는 장관.

천관산은 대덕에서 보면 정상 능선이 평평한 부드러운 산으로 느껴지지만 천관사 쪽에서 보면 기암괴석이 불끈불끈 솟은 바위산이다.역광에 실루엣으로 빛나는 정상의 기암괴석이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하게 한다.

산행의 기점은 천관사와 탑산사,관산읍의 장천재와 장안사 등 4곳이지만 워낙 산이 크고 골이 깊다 보니 산을 오르면서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이어져 산행코스는 모두 13개로 나눠진다.기암괴석과 진달래를 동시에 감상하려면 탑산사에서 올라 구정봉이나 연대봉을 거쳐 장천재로 하산하는 종주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장흥읍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회진 방면으로 20km쯤 달리면 대덕읍이 나타나고,푸른 보리밭 사이로 난 농로와 마을을 지나면 탑산사로 오르는 산길이다.최근에 이곳 주민들이 정성스럽게 쌓은 수십개의 돌탑이 탑산사까지 이어진다.

탑산사 왼쪽 계곡을 따라 구룡봉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는 기암괴석으로 이름난 바위지대.

구룡봉은 아홉 마리 용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구룡봉에 서면 두륜산과 월출산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특히 북쪽은 천길 낭떠러지로 거센 바람에 금방이라도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멀리 탐진강 녹색물과 득량만 푸른 바다가 햇빛을 받아 은비늘처럼 반짝인다.

구룡봉에서 북서쪽 능선을 따라 10여분 오르면 구정봉과 연대봉으로 갈라지는 부드러운 능선길이 나타난다.주봉인 연대봉에는 장흥의 억불산과 강진의 수인산을 연결하는 조선시대 봉수대가 복원돼 있다.봉화대 불꽃 대신 타오르는 진달래가 산과 골을 이으며 연락을 주고받는 듯 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환희대에서 구정봉을 거쳐 장천재로 하산하는 코스와 연대봉에서 장천재로 하산하는 코스의 중간사면이 연분홍으로 물든 진달래 군락지로,구정봉 코스로 하산하면 천관사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기암괴봉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 교통·숙박=고속버스가 하루 3회 서울∼장흥을 운행한다.광주에서 장흥까지는 수시로 운행되는 직행버스가 편하다.장흥 공용버스정류장(061-863-9036)에서 산행 들머리인 탑산사까지 가려면 대덕읍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승용차는 광산IC에서 13번 국도를 타고 오다 나주에서 23번 국도로 갈아타면 관산읍.회진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다가 대덕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탑산사가 나온다.관산읍내 천관산 자연휴양림에 산막과 야영장이 있다(061-867-6974).

장흥=박강섭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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