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사람과산> 99년 5월호

부용산 안내도

운주리~부용사~정상~수리봉~삼밭골능선~운주리 5.7km

부용산(609m)은 장흥군청이 홍보자료로 제작한 팜플렛에도 천관산(723m), 사자산(666m), 제암산(807m) 등과 함께 장흥의 명산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으면서도 아직 매스컴을 타지 않은 유일한 산이다.

장흥으로 향했다. 용산면사무소에 들어서니 면사무소 산업팀장인 이영록씨(49세)가 사진 한장을 건넨다. 부용산 정상과 수리봉이 어깨를 벌린 듯 산을 떠받치고 있다. 한마디로 듬직한 산세였다. 면사무소 뒷길을 따라 운주리로 달린다.

버스종점인 마을 공터에 도착하니 공터를 사이에 두고 제법 역사가 있어 보이는 두그루의 느티나무가 눈에 띈다. 수령 오백년 가까이된 느티나무, 군에서도 보호수로 지정해 놓은 당산나무였다.

광장 남쪽 '운곡거사유적비'를 지나 마을 뒤로 돌아드니 보리밭 사잇길이 펼쳐진다. 멀리 진초록을 띤 운주저수지가 눈에 들어오는 지점에 서자 길 왼쪽에 '산불예방' 이란 플래카드가 붙은 부용사 갈림길이다.

오늘 취재산행은 장흥산악회에서 개척한 운주리~부용사~정상~수리봉~운주리를 잇는 원점회귀 코스다.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골안마을을 거쳐 장구목재로 가는 길이므로 일행은 좌회전해 부용사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갈림길로 들어서자마자 왼쪽 언덕에 금줄이 쳐져 있는 것이 보인다. 금줄 10여미터 위 숲속에 당나무가 자리하고 있지만 하산길에 들르기로 한다. 길은 훤하게 뚫린 비포장길이다. 본래 부용삮자지 호젓한 오솔길이었는데 작년에 공사를 해 넓힌데다 간간이 콘크리트 포장이 되는 바람에 호젓한 맛이 떨어져 일행은 계곡을 따라 오른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아직 차갑게 느껴지는 4월 초순의 남녘 날씨다. 넓은 길을 버리고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산비탈에는 분홍물을 머금은 진달래가 꽃망울을 한창 터뜨리고 있는 중이다.

부용사 아래 돌탑을 쌓아 놓은 막다른 공터까지는 쉬어쉬엄 20여분만에 도착한다. 초파일을 앞두고 부용사에서 달아 놓은 연꽃등을 지나자 등산로는 동백꽃잎 뚝뚝 떨어지는 동백숲 터널로 이어진다.

동백숲 오른쪽에 동학군 전적지라고 알려진 돌탑이 한무더기 있고 몇 발자국을 더 걷자 왼쪽에 부용사라 적힌 표지석이 다가선다. 두기의 장승을 세워 놓은 부용사는 절이라기보다는 여염집 분위기다.

부용사에서 물을 담은 다음 수리봉 자락을 건너다보며 봄볕을 즐긴다. 10시에 부용사 오른쪽 대숲 뒤로 난 능선길을 오른다.

등산로 주변은 철쭉과 진달래 천국이다. 부용사에서 시작된 능선길은 갑작스런 급경사라 모두들 거친 숨을 몰아 쉰다. 10여분 올라 오른쪽 건너편 산기슭에 '병풍바위'라 불리는 바위에 눈길을 주고 계속 오르자 드믄드믄 난초가 눈에 띄더니 그 다음엔 얼레지 군락이 펼쳐져 온통 보랏빛이다. 산죽밭을 지나 숲속에 그윽히 들어앉은 두번째 휴식처 용샘에 도착해 한숨 돌린다. 부용사를 떠난 지 30분만인데 꽤나 가쁜 숨을 몰아 쉰 만큼 고도가 높아서 어느듯 주능선이 눈높이에 와 있다.

샘 앞에는 '용샘'이란 글자가 박힌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주능선에서 불과 500m 아래에 위치한 이 샘은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곳이라 하니 남상천의 발원지라 해도 무리가 아닐듯 하다. 용샘은 용산면 사람들이 기우제를 지내는 곳이기도 하다. 노란 생강나무 꽃이 드리워진 샘가에 둘러서서 물을 한모금 마신 일행들은 이제 정상으로 발길을 돌린다. 5분여 만에 주능선에 도착해 장구목재 방면으로 '목포 푸른산악회'와 '메아리산악회'라 적힌 이정표가 달려있어 장구목재까지는 등산로가 나 있으리라 추측되었다.

표지석이 세워진 정상에 도착하니 11시 15분. 용샘에서 불과 10분 거리였다. 정상에 도착하면 맨 먼저 눈앞에 다가선 것은 마치 바다 위에 둥실 떠 있는 듯한 천관산의 모습이었다.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 둥그스럼한 천관산 능선에는 '사오정의 덧니'처럼 바위가 삐죽하게 튀어 나온 것이 맨 눈으로도 보일 정도다. 그러나 서쪽 도암만 너머 만덕산의 암봉은 예상보다 훨씬 멀리 있었다.

헬기장 양지바른 곳에 김밥과 방울 토마토, 김치 등을 펼쳐 놓고 둘러 앉았다. 몰려오는 졸음을 뿌리치고 12시 반경 수리봉으로 향한다. 10분만에 첫 전망대 바위에 서니 부용사와 운주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능선길은 한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좁고 나뭇가지에 걸리지 않으려고 몸을 요리조리 비틀며 가다보면 어느덧 진달래 꽃잎이 얼굴을 스친다.

수리봉은 철쭉으로 치장한 암봉이다. 바위틈을 지나 철쭉 가지를 붙잡고 30여분만에 수리봉에 오른다.부용산의 또다른 이름인 '석다산'은 정상에서 수리봉 구간에 적합한 이름일 듯 싶다. 거대힌 암벽지대는 없을지라도 자그마한 바위를 딛고 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기 때문이다.

수리봉에 올라 전방의 하산로를 살핀다.일행은 수리봉 끝의 작은 암봉을 하나 넘은 다음 약 800m를 더 가 높이 460m 가량의 봉우리에 다다를 것이다. 거기서 오두재로 직진하는 하산로를 버리고 왼쪽 삼밭골 능선을 타고 끝까지 내려가면 당나무가 자리한 부용사 갈림길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수리봉을 지나 오두재와의 갈림길까지는 20여분. 길이 희미하게 이어진 능선길로 15분 가량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너르게 터를 잡은 무덤이 나온다. 길은 예상보다 수월하다. 남녘의 산치고 몸을 잡는 넝쿨이나 잡목이 거의 없다. 소나무 숲길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두번째 무덤을 만나는 곳에 서니 부용산 자락으로 둘러싸인 운주저수지가 멀리 눈에 들어온다. 무덤가에는 할미꽃이 여기저기 피어있다.

점점 낮아지는 고도, 언덕처럼 야트막한 등성이를 넘는 시간은 예상보다 길다. 두번째 무덤에서 당나무까지 45분이나 걸렸다. 부용사 갈림길에 내려서니 마치 처음보는 풍경인양 싱그런 보리밭과 순하고 부드러운 연둣빛 이파리들이 눈을 맑게 해준다. 산을 타는 동안 그새 돋아난 것인가. 보리피리 소리를 들으며 마을로 발길을 옮기는 동안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봄이 부르는 것 같아 자꾸만 뒤돌아 보았다.

*산행길잡이

장흥군 용산면 운주리에 자리한 부용산은 운주마을을 중심으로 부챗살 모양을 이루고 있어다양한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한 곳이다. 정상에서 수리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진달래와 철쭉 군락지대이다. 곳곳에 튀어나온 바위에서 바라보는 도 암만과 다도해 전경이 시원하며 바다에서 솟아오른 듯한 천관산을 바로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원점회귀 산행은 능선상의 장구목재, 정상, 수리벙, 오두재를 기점으로 연결할 수 있다. 취재진이 산행한 운주리~부용사~정상~수리봉~운주리 코스는 약 7.5km로 넉넉잡아 5시간이 걸린다. 또 운주리~부용사~정상~수리봉~오두재~운주리 코스는 약 8km로 오두재에서 운주리까지가 임도가 나 있다. 혹은 운주리~부용사~정상~장구목재~골안~운주리 코스는 약

9.5km로 6시간쯤 예상된다.

장구목재 아랫마을인 골안은 부용사 갈리길에서 직진해 저수지를 지나 갈림길을 만나면 왼쪽 큰길을 계솟 따라가면 된다. 그러나 운주리에서 접근하기 멀어 하산로로 권할만하다. 골안에는 지금은 서람이 살지 않고 있으며 사륜차라면 들어갈 수 있다.

산행들머리는 운주리 버스종점인 마을 광장이다. 본격적인 산행은 운곡거사유적비를 끼고 마을 뒤로 돌아가 운주저수지가 보이는 지점에서 왼쪽의 '산불예방' 플래카드가 붙은 부용사 갈림길부터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부용사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장구목재로 간다. 부용사까지는 약 20분. 부용사까지는 최근 확장공사로 길이 넓게 닦여 있고 간간이 콘크리트 포장길이 눈에 띄는데 용산면사무소에서는 부용사까지 새로운 계곡 등산로를 정비하고 있는 중이다.

부용사부터는 절 오른쪽 산죽밭을 끼고 가파른 능선길이 시작된다. 길은 용샘을 지나 헬기장이 있는 정상 50여미터 전의 주능선으로 연결되고 부용사에서 정상까지는 약 35분 걸린다. 물은 용샘에서 한모금 마시는 정도로 만족하고 수통을 채 우려면 부용사에서 담도록 한다. 정상에서 수리봉까지는 1.2km, 반대편 장구목재까지는 2.8km다. 장구목재까지의 등산로는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주능선에 푸른산악회와 메아리산악회 표지기가 달린 것으로 보아 등산로가 나 있을 곳으로 추정된다.

정상에서 수리봉까지는 한사람이 지나갈 만한 폭의 등산로가 나 있으며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수리봉에서 남동쪽으로 800여미터를 가서 460여미터 높이의 봉우리에서 오두재로 가는 길과 갈라진다. 이 갈림길에서 시작되는 삼밭골 능선은 운주마을까지 1시간 15분쯤 걸리며 하산하는 동안 두곳의 무덤을 지난다. 두번째 무덤 앞에서 운주저수지가 잘 보인다. 당나무에 도착하면 바로 아래가 산행을 시작한 부용사 갈림길이다.

*교통

장흥이 기점이다. 장흥공용정류장(0665-63-9036)에서 용산면 운주리행 버스가 08:10, 15;50, 18:00 세번 다니며, 용산면에서 12:30에 들어가는 버스가 있다. 운주리 종점까지는 약 20분 걸린다. 들어간 차는 바로 나온다.

*숙박

운주마을에는 숙박시설이 없으므로 장흥읍내에서 하는 것이 편하다. 읍내에는 탐진각등 여관이 많이 있다.

*볼거리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남포와 마을 앞바다의 소등섬이 가볼만하다. 소등섬은 영화<축제>의 촬영장소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곳에서 보는 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소문을 듣고 남도 바닷가 일출을 보거나 촬영을 하러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아직은 그 수가 적어 때가 타지 않은 한적한 어촌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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