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산> 2002년 5월호

숲 좋고 기암 좋고 진달래 철쭉도 좋은 '봄의 명산'

남도대학~며느리바위~정상~자푸재~내평마을 6km 탐승

전남 장흥에는 명산이 많다. 장흥이 가진 이들 천관산(723m), 제암산(778.5m), 사자산(668m) 등은 이미 장흥 만의 명산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명산이 된 지 오래다. 다만 이 산들에 못지 않은 절경의 산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장흥사람들만 즐겨온 좋은 산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장흥의 진산이라 할 억불산(億佛山, 518m)이다.

억불산은 멀리서 볼 때의 외양은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평평한 평지에서 봉긋하게 투박한 종, 혹은 가마솥뚜껑 모양으로 솟아올랐다. 때문에 애써 남녘 끝자락까지 길을 떠나온 외지인들로선 힐끔 일별하는 것으로 그만 주변의 다른 산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흥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르는 산은 천관산도, 제암산도 아닌 바로 이 억불산이다. 물론 '동네 뒷산' 이라서 곧바로 찾아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첫째 이유이겠지만, 그러나 제암산도 사자산도 장흥에서 자동차로는 지척이라 할 만한 거리에 있다. 그럼에도 억불산이 유독 큰 사랑을 받는 이유를 장흥산악회 이진섭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사자산이나 천관산은 한나절에 휙 돌아오기엔 다소 뻐근하지요. 높이가 벌써 700m급 아닙니까. 하지만 억불산은 해발 518m라 시간이나 체력상 별 부담이 없어요. 작기는 해도 산이 갖추어야 할 것은 다 갖췄고-. 저기 정상 왼쪽 귀퉁이에 비죽 솟아나온 아봉이 며느리바위인데, 그 근처 보세요. 기암능선이 제법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정상 주변은 넓은 철쭉밭이라 5월 초순이면 마, 꽃밭이 기가 막힙니다. 그뿐이냐. 기슭에 편백 숲이 있는데, 도시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깜박 죽지요."

그래도 믿기 어려웠다. 넉넉잡아 두어 시간이면 휙 돌아올 것 같은데, 암봉이나 숲이 있다고 해야 무어 그리 대단할까 싶었다. 그러나 억불산의 숲과 바위는 예상을 훌쩍 넘어서는 밀도와 규모, 혹은 짜임세로 우리를 감동과 더불어 휘돌아 보게 했다.

# 넓은 진달래밭과 철쭉밭 모두 가져

4월5일 저녁, 장흥 산꾼들은 우선 차량으로 임도를 따라 억불산 진달래 구경부터 시켜주었다. 장흥읍 남쪽 평화리 내평마을 약수터로 하여 이도로 접어들어서는 자푸재 넘어 억불산~연대봉 사이 안부를 넘어서자마자 양쪽 소나무숲 아래로 분홍빛 진달래가 만발해 있다. 소나무와 진달래만이 서로 어울린 희한하고도 아름다운 이런 풍경은 처음이다. 연대봉 북사면의 이 진달래밭 구경 후 억불산 정상 남동쪽 계곡 중간까지 갔다가 임도 공사가 채 마무리 돼 있지 않아 차를 되돌려 나왔다.

5일 밤부터 시작한 단비는 토요일인 6일 오전까지도 제법 굵은 빗줄기로 뿌렸다. 지난밤 이곳 장흥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5mm가 내렸으니 이제 곧 그칠 때도 되었다면서 장흥의 명찰 보림사며 탐진강변의 정자 부춘정 등 명소 구경부터 했다. 그러고 나니 빗발이 부슬비처럼 가늘어진다. 점심 요기 후 장흥산악회 이영돈 등반대장(44)과 엄길섭(44)씨의 안내로 산행에 나섰다.

동진하여 산 중복을 넘은 뒤 산행로 입구의 도로변 작은 공터에 주차하고 편백나무 숲속으로 들어갔다. 길고 곧게 잡아 늘인 듯 수십 미터 높이로 치솟은 편백나무숲의 저쪽 끝은 동서남북 사방 어디로든 보이지 않는다. 이 억불산 북사면의 편백숲은 40년쯤 전 조성한 것으로 무려 27만 평이나 된다고 한다.

편백나무는 절반쯤까지는 이파리 하나 없이 불그죽죽한 살을 그대로 드러냈고, 그 위로는 더벅머리처럼 무성한 가지와 잎으로 하늘을 가렸다. 줄기는 빗물에 젖어 한층 더 검붉은 빛깔이다. 그 사이로 난 임도로 접어들자마자 상쾌한 기운이 숲에서 풍겨오며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임도를 따라 200m쯤 가자 우측으로 갈림길이 뵌다. 갈림길은 저기 산중턱까지 일직선 길이다. 완경사로 높아지는 그 길의 끝에는 양쪽에 가지런히 도열한 붉은 편백나무 줄기들로 인해 흡사 장엄한 의식이 치러질 제단이 차려져 있을 것만 같다.

짙게 편백숲 속까지도 스몄던 안개는 우리가 직선 길의 끝에 다다랐을 즈음 갑자기 한꺼풀 벗겨지며 숲 위로 검은 암봉이 드러난다. 영락없이 다부진 어깨의 장군 형상인 이 바위는 하지만 며느리바위라는 이름을 가졌다. '노승이 착한 며느리를 불쌍히 여겨 홍수가 나면 절대 뒤돌아 보지 말고 산정으로 오르라고 했으나 궁금증을 못이긴 며느리는 그만 중턱에서 고개를 돌렸다가 바위로 굳고 말았다'는 전설을 장흥 산꾼이자 장흥군 문화공보과 직원인 엄길섭씨는 전한다.

편백숲 우거진 산비탈 길이 결국 급경사로 변한다. 지형도를 보면 억불산은 동서로 길게 늘어선 한편 장흥읍이 자리한 북사면이 특히 가파르다. 이 북사면의 급경사 지역으로 들어선 것이다. 로프를 매두었을 정도로 급경사인데도 길은곧게 직선으로 내두어, 장마가 몇 번 지나면 큰 골이 패일 것 같다.

숲을 벗어나자 큼직한 바윗덩이들이 들어찬 너덜지대가 이어진다. 바위에 붉은 페인트를 손바닥만한 크기로 점점이 찍어두어 길을 찾아가기엔 초행자라도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산행을 시작한 지 40분쯤 뒤 큼직한 암부 밑둥의 갈림길목에서 페인트 표식이 된 왼쪽의 산죽밭 사잇길로 나아가자 작은 계곡이 물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그 오른쪽 바로 옆으로 로프가 매어진 급경사 바윗길이 시작된다. 굵은 로프가 없다면 다소 위험하고 어려울 길이다.

# 안개 낀 날이 더 멋지다

너덜길을 조금 오르자 집채만한 바위덩이 아래의 컴컴한 굴로 길이 빨려든다. 자칫 잘못 떠밀기라도 하면 굴러 내리지 않을까 싶은 그 바윗덩이 아래 통천문 속에도 밧줄이 매어져 있다. 머리가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컴컴한 굴속을 빠져나와 10m쯤 오르자 또한 갈림길이다.여기서는 리번이 달린 우측 길로 이영돈씨는 인도한다. 어느새 며느리바위가 바로 옆으로 다가와 있다. 짙은 우윳빛 안개 속 저편에서 며느리바위며 여러 암괴들은 검게 윤곽선을 드러냈는데, 안개 속이어서인지 해발 500m급의 작은 산답지 않은, 흡사 설악산 공룡릉의 어느 한 부분 같은 웅장한 멋이 느껴진다. 아부 주변의 잡목 더미들은 이제 막 신록빛을 띠기 시작했는데, 흡사 안개 속으로 그 연두빛이 번져 나가는 것 같다. 암회색 암괴들과 밝디밝은 신록빛의 조화로 억불산은 이 순간 절정의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므로 억불산은 안개 낀 날 올라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파른 너덜겅을 우측으로 비스듬히 더듬어 며느리바위 남측 안부에 올랐다. 얼핏 안개가 터지며 느리바위의 전모가 나타난다. 어림짐작으로 이 안부에서부터 잰다고 해도 며느리바위는 높이가 30m 남짓 돼 보인다. 그러니 저 아래쪽께부터 재보면 사뭇 100m에 육박하는 높이가 될 것이다.

며느리바위를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앞에 뜻밖에도 오랜 석축이 다가든다.그 위는 옛 절터로, "여기에 억불사란 절이 있었다더라"며 이영돈씨는 주춧돌인 듯 네모 반듯한 바윗덩이 옆에서 와편 조각 하나를 주워 보여준다. 공터 구석의 바위 아래엔 물이 가득 고였고, 바닥엔 도룡뇽 알이 잠겨 있는 샘터도 있다. 억불산 이르을 그대로 풀면 억이나 되는 부처의 산이란 뜻이니, 과거엔 많은 절이 있었을 것이다.

절터에서 얼마 걷지 않아 억불산 주능선 위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천천히 걸어 오르는데, 특히 왼쪽(남쪽)완경사 지대는 온통 철쭉밭이다. 대개는 5월 초에 만발한다는데, 올해는 절기가 몹시 빠르다. 4월6일인데도 이미 봉오리가 맺혔으니 늦어도 4월말 전 절경을 이룰 것이다.

빗발은 그쳤지만 안개인지 구름인지 분간키 어려운 짙은 잿빛 구름바다 속에 정상은 잠겨 있다. 그러나 비 그치고 세찬 바람이 불고 있지 않은가. 20여 분 질기게 기다리자 결국 견디다 못한 구름장이 훌쩍 자락을 걷었고, 그러자 먹구름장은 순식간에 아름다운 운해가 된다. 억불산을 수십 차례 올랐을 장흥꾼들도 이런 절경은 처음이라면서 소리지르며 환호한다. 구름은 엷게 억불산을 감싸기도 했고 북동쪽 저편, 진정 웅크린 사자 같은 사자산과의 사이에 펼쳐진 평야지대위 허공에 흩어져 있기도 하다.

'억불산 연대봉 518m'라 새겨진 표지석이 선 정상 북쪽 아래로 내려서니 우측 저편으로 구름장이 며느리바위를 감싸며 쏜살같이 흐르는 풍경이 또한 탄성을 산다. "산에서 좋은 경치를 보려면 역시 비가 그쳐갈 무렵 올라야 한다"며 입을 모았지만, 장관은 20여 분만에 끝나고 다시 억불산은 먹장구름 속에 갇혀버린다.

# 산기슭 주변에 볼거리 많아

억불산 정상에서 하산로는 두 가닥이다. 철쭉밭 정남쪽 100m 아래 무덤에서 우측으로 꺾어지는 편하고 넓은 길이 있고, 서릉 등날을 곧이곧대로 따르는 길이 있다. 혹 다른 장관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면서 우리는 능선길을 택했다. 오른쪽으로 연이어 절벽이지만 이 능선길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서 길이 잘 나 있다.

물고기 지느러미 형상을 한 도중의 암릉에서 구름장 터지기를 기다려보기도 하며 30여 분 걸어 통신용 안테나, 옛 군초소, 폐타이어를 이용한 계단길을 지나 주 등산로와 만난다. 곧이어 다다른 헬리포트 표식이 돼 있는 작은 공터에서는 직진 길로 접어들었다. 우측 길도 있건만, 장흥산꾼들이 이 길로 든 것은 50여m 아래 공터를 지키고 선 거대한 소나무를 구경시키려 해서다.

무덤이 2기 있기는 했지만 제법 넓은 잔디밭이고 옆엔 밑둥 지름이 세 아름쯤되는 노송이 지키고 있어 해가 뜨거운 때는 쉼터로 안성마춤일 곳이다. 이 소나무는 장흥읍내에서도 빤히 바라뵐 정도로 억불산에서는 도드라진 존재다.

100m 아래 콘크리트 식탁이 놓인 쉼터 바로 옆이 어제 차로 지난 임도다. 도로를 따라 100m쯤 가서 옆 샛길로 내려 rk는 길이다. 그러나 걷는 거리뿐 아니라 숲 구경을 위해서라도 이 샛길로 들 일이다. 송림만도 괜찮았는데, 나중에는 아까의 산행 시작 직후 지났던 것만큼이나 울창한 편백 숲이 또한 산행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날이 좀 흐릴 뿐인데도 어떤 곳은 숲이 워낙 짙어서 아예 밤중처럼 어둡다.

다시 나선 임도 오른쪽 옆에는 표고버섯 형상의 장식을 한 억불약수터가 있다. 장흥은 우리나라 총 생산량의 10%나 되는 표고버섯의 고장이라. 이렇게 곳곳에서 표고버섯 형상이 보인다. 셈터에서 또한 지름길로 들어 50m쯤 가자 이번에는 아름드리 정자나무 세 그루가 섰고 돌 식탁도 꾸며진, 절로 앉아 쉬고픈 마음이 이는 멋진 곳이 나선다. 참으로 구석구석이 매력적인 산이다. 이윽고 내평마을이 내려다뵈는, 임도가 시작되는 지점의 널찍한 주차장도 가진 약수터로 내려섰다. 장흥의 태반이 여기 물을 길어다 먹는다는 약수터다. 산행은 여기서 사실상 끝나지만, 아직 볼 것이 남아 있다.

컨크리트 포장이 된 마을 길을 빠져나가 2차선 아스팔트 도로로 나선 다음 왼쪽으로 주욱 가면 '平化里(평화리)' 라고 쓰인 큼직한 돌비석이 보인다. 여기서 왼쪽 대숲이 우거진 길을 따라 들어가면 전통 보존가옥으로 지정된 고영완 가옥이 있거니와 그 앞의 연못가로는 1930년 독립운동가인 고영완이 심었다는 굵은 배롱나무 50여 그루가 또한 볼만하다.

억불산은 작지만 이렇듯 곳곳에 매력적인 장소를 가졌고, 또 맛갈스런 음식으로 유명한 남도땅이니 다소 멀리서 원행을 하더라도 불만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 산행길잡이

연대봉 산성도 볼 만하나 길은 아직 가시덩굴 투성이

억불산 오르는 등산로의 시작점은 여러 군데를 꼽을 수 있으나 그중 장흥읍 남쪽 내평 마을 약수터, 남도대학 서쪽 약 1km 지점의 도로변(편백숲) 두 군데가 가장 이용도가 높고 또 경치도 좋은 기점이다. 이 두 지점을 연결할 경우 풍치가 뛰어난 편백숲에서 시작하고 끝나며, 억불산의 상징인 며느리바위, 그리고 정상의 철쭉밭을 지난다. 이를테면 억불산의 핵심만을 골라 도는 코스 구상이라 할 수 있다.

방향은 어느 쪽에서 시작해도 좋다. 다만 노약자가 있다면 하산 때의 실족 염려 등을 감안해 남도대학~며느리바위~정상~내평 마을을 순서로 돌기를 권한다. 총 산행 거리는 6km 안팎이므로 반나절로 충분하다. 며느리바위까지 오르기가 다소 가파르고 힘들 뿐, 그외는 별반 위험하거나 힘든 곳이 없다. 그러나 경치는 역시 며느리바위 지나 정상까지가 최고다.

정상~수양리 간 등산로는 길은 잘 나 있지만 숲도 그리 좋지 못하고 암릉도 없으므로 권할 만하지 못하다. 다만 정상까지 거의 다 간 지점의, 제법 큰 소나무가 시원하게 그늘을 드리기도 한 무덤에서 동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며느리바위 근처의멋진 기암 풍치를 볼 수 있다. 남도대학쪽 편백숲 길로 올라간 다음 이곳까지 내려가도 좋다.

억불산 정상 남쪽에는 연대봉(396.7m)이 있는데, 이 봉 정상에서 남쪽 능선 두 가닥을 이용한 옛 산성인 학성이 있다. 이 학성을 낀 등산로를 확안하기 위해 답사해 보았는데, 거의 길이 없다시피 했다.

우선 억불산 정상 남쪽 100m 지점의 공터(묘지)에서 우측 주등산로 말고 직진하는 길을 따라 억불산~연대봉 간 안부로 내려가 보려했으나 이내 길이 끊어지며 덤불과 억센 철쭉군락에 발길이 막혔다.

억불산~연대봉 간 안부에서 연대봉 정상까지 능선에도 찔레덩굴이 계속 길을 막아 몹시 에를 먹었다. 그러나 일단 연대봉 정상(필경은 옛 봉수대 역할을 했을 곳)에 오르니 사방 조망이 매우 좋았으며, 성벽을 따라 한 바퀴 돌 수도 있었다. 이 연대봉 정상까지만이라도 길이 나면 억불산 코스는 한결 다양해질 것이다.

산성 서벽도 가시덩굴이 좀 많은 편이다. 이 산성 서벽을 더듬어 내려가 남서릉도 답사해보았으나 역시 가시덩굴 투성이였다. 다만 장흥산악회가 조만간 가시덩굴을 쳐내고 등산로를 개설해 두겠다고 했으니, 장차는 자푸재 남쪽 포곡 마을을 기점으로 자푸재~억불산 정상~연대봉을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 산행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포곡 마을은 오리 사육장이 지천이어서 악취가 매우 심하다. 그러므로 산성 구경 후 산성 남쪽 동백 마을로 하산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다. 산성 남벽에서 동백 마을로 이어진 길은 희미하게나마 이미 나 있다.

# 교통 및 숙박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흥행 버스 1일 3회(08:50 우등, 15:40 우등, 16:50 일반) 출발. 5시간 소요. 우등

25,400원. 일반 17,100원.

장흥 공용버스정류장(061-863-9036)에서 서울 강남고속터미널행 버스 1일 3회(09:00, 10:00, 16:00) 출발. 일단 광주까지 가서 갈아타는 것도 좋다. 강남터미널에서 광주행 버스는 5~10분 간격(05:30~21:45)으로 운행(4시간 소요, 요금 13,000원). 광주에서 장흥행 버스는 1일 약 60회(06:00~20:30) 운행(1시간30분 소요, 요금 5,700원).

자가용 차를 가져갔을 경우는 억불산 산행 기점 한 군데 차를 가져다두고 하산 후 택시를 부르도록 한다. 약수터, 남도대학 등지까지 읍내에서 3,000원~3,500원. 동부개인택시 061-863-2377, 장흥콜택시 864-7999, 동성택시 863-5115.

불그스레 가로등 아래 봄비 추적이는 탐진강 밤 풍경이 한눈에 들던 장흥관광호텔(061-864-7777)의 6층 방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허물없는 사이인 사람 여러 명이 같이 갈 경우는 다소 비싸지만 6층 방들 중에도 특실을 권한다

(80,000원). 2인용과 1인용 침대가 각각 하나식 있고 다른쪽 넓은 공간에는 5~6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원탁이 놓여 있다. 보통실은 50,000원. 장흥에는 그외 괜찮은 숙박업소가 많은 편이다. 그랜드파크모텔 863-0042, 대성장 863-5898,

목련장 862-7270, 가든장 863-7007.

# 명소

보림사-선문구산 가지산파의 중심 사찰

이리 뜯기고 저리 허물어진 폐건물들로 50년대 말이 배경인 영화를 찍기엔 안성마춤이다 싶은, 실은 알고 보니 탐진댐 완공으로 곧 물에 잠기고 말 운명인 유치면 마을들을 여럿 지나서야 보림사였다. 검붉은 흙탕 개울물까지 흐르며 말기적 분위기를 더하던 수몰 예정지를 지나온 뒤 잘 정돈된 당우들을 대해서일까. 신록이 곁들여진 장흥 보림사 앞뜰로들어서자 등줄기의 긴장이 풀리며 부드러운 기운이 찾아들었다.

보림사는 대웅전이 2층 전각으로 웅장하게 중심을 잡았고, 그 주변에 넉넉한 공간을 두고 당우들이 앉았는데 등뒤로 손 짚고 앉은 듯 편안해 보인다. 대웅전을 복층으로 높게 세우길 참 잘했다 싶은 것이, 절 전체에 우산을 편 듯한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대웅전이 저만큼 높지 않았다면 저기 외곽 담장 근처는 허전한 기운이 맴돌았을 것이다.

보림사는 860년 신라 선문구산 가운데 제일 먼저 열린 가지산파의 중심 사찰로 창건됐다. 수백 년 건재했던 20여 동의 귀한 문화재급 당우들이 6.25 때 그만 대부분 불타버렸지만, 그래도 아직 문화재가 많다.

보림사 뜰 안으로 드는 대문격인 사천왕문 안의 사천왕상부터가 보물 제1254호이며, 국보 제44호 삼층석탑, 석등, 국보 제117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보물 제157호 보조선사창성탑, 보물 제158호 보조선사창성탑비 등이 절 곳곳에 섰다.

이곳의 보조선사는 통일신라시대의 고승 보조선사(普照禪師) 지선(知詵)이며, 널리 알려진 선승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과는 다른 이다.

절 보기는 대웅전 오른쪽 둔덕의 창성탑 뒤에서가 그중 웅장하고 짜임새가 낫다. 대적광전 안의 철조비로자나불상은 생김이 준수한 데다 철조여서인지 기운도 펄펄 넘쳐 보인다. 이래저래 장흥 갔다면 보림사는 꼭 들러볼 곳이다.

절마당의 보림약수는 한국의 명수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지만, 오랜 가뭄 끝의 105mm 강우에는 그만 속절없이 부연구정물로 흐른다. 그래도 관광버스에서 내린 아낙들은 기어이 한 모금씩 물맛을 보고서야 법당으로 향한다.

보림사는 영암에서 장흥읍으로 내려가는 23번 국도 상 유치면 송정리 길처에 있으니 산행 전후하여 오갈 때 한 번 들르면 된다. 조만간 탐진댐 담수를 시작하기 전에 새 도로를 열며 이정표도 잘 세울 것이다. 현재는 송정리에서 동쪽으로 약 5km 들어가면 된다.

억불산은 전남 장흥 지역의 다른 명산들에 비해 조금 작고 외양도 투박하지만, 장흥 사람들이 가장 많이오르는 정겨운 산이다. 예상을 넘어서는 경치와 짜임새로 첫 방문자들을 감동하게 하는 산이기도 하다.5월 초순이면 정상 주변에 넓은 철쭉꽃밭이 펼쳐진다. 기슭의 편백숲 또한 장관이다.수십m 높이로 치솟은 데다 매우 넓어서 사방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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